마츠모토 히데토
내 피규어들이 전부 만화 주인공들인데 히데 피규어가 거기에 껴 있다.
히데는 뮤직비디오 감독들도 좋아했지. 다른 뮤지션이 따라갈 수 없는 독창성 때문이다.
히데를 그려보기도 했다.
히데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많아. 요컨대 엑스에서 기타를 치면서도 계속 미용사 일을 했었다는 것부터, 중학생 때 너무 뚱뚱하고 머리가 길어서 기타를 잘 쳤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데 오래 걸렸다고 말이야. 또 한 달 넘게 전혀 씻지 않아 너무 더러웠던 것부터,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할머니와 동생에게 반가워서 껴안으려고 다가가니 으웩 하며 피했다는 그런 일화들 말이다.
히데의 역사는 다 알 테니까 말하지 않을게. 히데의 모든 노래가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zilch 앨범이 최고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우트를 소개할게. 소개랄 것도 없다.
다우트 믹스 버전인데 패션이면 패션, 음악이면 음악 이 모든 게 세련되고 완벽하다.
히데의 다우트를 듣는다는 건 말이야. 첫 시작부터 데커던스적이지. 히데는 섹시해.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섹시해. 그런 속살이 아니야. 날에 베이면 벌어지는 살갗의 속살에 빠져드는 거야. 벌어진 살 속에 농염하게 숨어있는 붉은 형질의 표피와 세포 말이야. 농축된 섹시함을 히데는 다우트를 부르며 물처럼 흘려버려
히데스라는 토플리스 바에 가면 바의 상단에서 히데의 다우트가 퇴폐적으로 나왔어. 그곳에 오는 손님 중에는 이빨이 하나도 없는 여자도 있고 혀에 피어스를 24개 한 게이도 있어. 그리고 혈액과 골수 소스 위에 놓은 터키를 좋아하는 50살의 남자도 있어.
채찍으로 너무 맞아서 옷이 맞지 않아 항상 큰 사이즈의 옷을 입고 오는 외국인도 있어. 모두가 히데의 다우트를 들으며 데쳐진 시금치처럼 몸을 흔들어.
자기혐오에 빠진 젤리 피시와 머릿속에서 소리치는 쌍둥이와 산산조각 나버린 카오스를 목에 쑤셔 넣으라고 히데는 노래를 불러. 다우트 다우트. 두근거릴 수밖에 없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서태지의 테이크 시리즈와 탱크에서 다우트의 오마주를 느꼈더랬지.
97년까지 퇴폐적 섹시함으로 무장을 하고 다우트를 불렀어. 5월에 카오스로 가버리다니. 살이 부러지고 뼈가 줄어드는 기분이야. 너무 크게 틀었나 봐. 옆에서 욕을 하네. 히데는 어딘가를 향해,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다우트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hide with Spread Beaver - DOUBT ‘97 https://youtu.be/pzjEnP_TK64?si=o62xt1jSswAO8EN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