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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짤막한 소설

이제 좀 잡자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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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 숨은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윤이 결국 관저에서 나와서 숨어 버렸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국수본은 윤의 제보에 5억을 걸었다. 5억 이상은 걸지 못한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라 사람들이 5억을 타기 위해 윤을 찾아 나섰다. 거기에 우리도 있었다.


윤은 눈에 띈다.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 크고 뚱뚱하다. 배가 많이 나왔고 다리가 짧고 팔다리가 가늘다. 뛰지 못하고 걷는 것도 오리처럼 이상한 걸음걸이다. 그래서 금방 눈에 띌 것 같은데, 크렘린궁으로 숨어 들어간 스탈린처럼 어딘가에 들어가서 꼭꼭 숨어 버렸다.


술을 좋아해 폭탄주를 20잔씩 매일 마시기 때문에 숨어 있더라도 경호원들이 밖에서 술과 안주를 사들여서 윤이 있는 굴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아니라면 식료품을 실은 트럭이 굴속으로 들어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미 윤을 잡으려는 유튜버들이 동선을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윤을 찾아서 신고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속에는 윤 지지자들 역시 많았다.


우리는 윤을 찾아서 신고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운이 좋아 우리가 찾아냈어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난장판이 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서로 잡았다고 돈을 내놓으라 하며 핏빛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윤의 모습을 한 컷 촬영하는 걸 우선으로 했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핸드폰도 세 개씩 들고 다녔다. 핸드폰이 작아서 들고 다니기 편했고 빠르게 사진을 담을 수 있어서 피의자 윤의 모습을 한 컷 담을 수 있다면 기적이었다.


이미 관저와 대통령실은 공수처와 국수본에서 나온 검사와 경찰들이 점령했다. 윤은 관저의 제3의 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그 길은 24시간 관저를 촬영하던 고양이뉴스도 포착하지 못했다. 어두운 밤에 빠져나간 것으로 보도가 되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 어떻게 나갔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소수를 제외한 추위와 음식에 굶주린 대부분 경호업무를 맡은 경호원들도 몰랐다. 그들은 아무도 없는 유령이 있는 관저를 지키고 있었다.


윤을 지키겠다고 관저 앞을 밤낮 가리지 않고 지키던 극우들도 반으로 갈라졌다. 울고불고 곡소리가 들렸는데 거기에는 안도가 섞인 울음이 있는 반면에, 배신에 의한 분노의 통곡도 가득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윤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죽었다는 소리도 있었다. 2016년 유병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론은 윤의 행방을 찾는 것에 매일 기사를 쏟아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윤을 봤다는 제보가 쏟아졌지만 전부 오보였다. 제보로 들어온 사진과 영상 속 사람은 윤처럼 보이는 사람을 담은 모습뿐이었다.


우리는 건진법사의 스승이라는 사람의 집을 주시했다. 그는 나이가 아주 많은데 몇 살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집이라기보다 사찰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사흘에 한 번꼴로 고기와 술이 잔뜩 들어갔다.

이곳에 일명 멧돼지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윤이 이곳에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직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니까. 이 사찰은 굉장히 특이한 구조로 지하다 중 2층으로 100평 규모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입수하고 계획을 잡고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우리를 주시하고 있던 극우 유튜버들을 우리가 놓치고 말았다. 사찰에 들어갔을 때 극우들도 같이 달려들었다. 극우들은 우리보다 더 빠르게 사찰의 지하실로 내려가서 윤을 잡아서 끌고 나왔다. 그들은 윤을 봐줄 마음이 없었다. 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에서 많이 벗어났다. 배는 더 나오고 팔다리는 더 가늘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운동은 거의 하지 못하고 술 때문인지 말도 어눌하고 이상했다.


윤은 극우 유튜버에게 격노를 넘어 대노했다. 그중에는 윤이 열렬히 구독하던 극우도 있었다. 마구 욕설을 내뱉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극우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윤을 무릎 꿇리고 신병을 확보했다고 어딘가로 연락했다. 윤은 극우들에게 계속 고함을 쳤다. 그때 한 극우가 윤의 코를 비틀었다. 윤이 아프다고 기괴한 소리를 냈다. 욕 잘하던 한 극우는 혼잣말로 욕을 하더니 윤의 코를 더욱 힘껏 비틀었다.

손이 코에서 떨어졌을 그 찰나 우리는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윤의 코는 벌건 얼굴에서도 눈에 띄게 빨갛게 변했다. 아주 기괴한 몰골이었다. 윤은 그들에게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계엄은 다시 하면 된다. 계엄이 거의 성공에 이르렀다. 그리니 다시 기회를 봐서 관저로 들어가게 되면 너희들에게 언론정보에 관한 자리로 한 자리씩 주겠다. 장관급이야”라고 윤은 말했다.


극우들은 윤이 술 때문에 치매 초기증상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며 고무호스를 꺼냈다. 바닥을 힘 있게 쳤다. 그러자 윤은 “아아아악 성적이 이래서 죄송합니다. 이번 한 번만 믿어주세요”라며 손을 싹싹 비볐다.


관저에서 빠져나가 몸을 숨긴 윤은 결국 한 달이 지난 후 자신을 가장 잘 따르던 극우 유튜버에게 잡혀서 끌려 나왔고 그 적나라한 모습을 담은 우리의 사진은 인터넷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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