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동이 달리는 해안의 바다는 기존 바다에 인접한 해수욕장처럼 서서히 깊어지는 바다가 아니었다. 시에서 해수욕장으로 개조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투자했지만 정부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해수욕장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도시의 시청과 구청은 오랜 시간 정부와 줄다리기에서 해수욕장으로 허가를 받았고 대한민국의 해수욕장에 이곳의 해변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시청과 구청의 도시개발과에서는 투자를 받은 자본으로 30미터 이상 바닷속으로 걸어가도 허리정도밖에 물이 오지 않게 해수욕장의 바다 높이를 맞추었다. 10킬로미터 내의 바닷속의 수질과 수온도 조절을 했고 생태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하여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지는 밤이 되면 멀리 나가있던 작은 게나 붕장어 같은 물고기가 해안가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게 하려고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하고 꾸준하게 조성했다. 해변의 많은 소나무 대신 야자수 스무 종류를 심어서 추이를 관찰했다. 덕분에 해수욕장은 낮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밤의 해변은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겨울 역시 바다낚시를 허용해서 수채화 같은 모습이 공존하는 해수욕장으로 전국에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시사철 어느 정도의 호황을 꾸준하게 이어가게 된 해수욕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얕은 수심을 가진 바다라도 바다였다. 바다의 속성은 해양학자들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바다는 고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히스테릭한 여자와 흡사했다. 언제 어떤 표정으로 바뀔지 모른다. 고요하게만 보이는 잔잔한 바다라도 만취한 사람이 뛰어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사고의 위험성이 다분했고 사고가 나면 시에서도 꽤 난처한 입장이 된다. 정부가 채결을 결정해 준 것은 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조항에 도시가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해변은 바다사고가 아직 한 번도 없었고 안전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가족단위의 인파가 이곳 해변으로 몰려들었다. 만취해서 객기로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 중에는 더 멀리 나가려는 습성을 지니는 사람도 있었다. 해안 경비대는 호루라기를 불며 야간 입수를 금지시켰다.
마동은 자신처럼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사람, 손을 잡고 해안가를 다니는 연인들, 각종 음료와 먹을거리를 먹는 풍경을 보면서 등대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여름 밤의 세계에 녹아들고 있었다. 등대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동 앞에서 누군가 송아지만 한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송아지만 한 개를 두 마리나 몰고 마동의 옆을 스칠 때 개들이 마동을 보며 으르렁 거렸다. 이내 짖어 대기 시작했다.
컹 컹. 컹 컹 컹.
송아지만 한 덩치의 개가 짖는 소리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인도 주위의 사람들 못지않게 놀란 모양이었다. 주인은 개들에게 안 돼! 같은 말을 큰소리로 했다. 큰 개가 으르렁 거리며 짖는 소리는 무섭기까지 했다. 마동은 놀라지도 몸을 뒤로 물리지도 않았다. 큰 덩치의 개주인만 더 놀라는 모습이었다. 혹시 자신의 개들이 마동에게 뛰어들지나 않나 노심초사했다. 주인은 주름하나 없는 먼싱웨어 여름용 니트와 반바지를 입었다. 거대한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할 복장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이 녀석들이 왜 이러지, 하는 눈빛으로 개들의 목줄을 잡아당겼고 개들에게 안 돼!라고 소리 질렀지만 개들은 더 크게 짖어댔다.
“샘, 샘, 쉿! 쉬잇! 안 돼! 쟈크, 왜 그래! 안 돼! 쉿!” 주인은 당황스러운 눈빛이 완연한 채 자신의 개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했다. 개들이 두 발을 들며 마동에게로 오려고 하니 주인의 힘으로는 개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개의 이름이 샘? 쟈크? 저 사람은 영화를 많이 본 모양이구나.
개들은 힘을 주며 마동에게 덤벼들 기세를 취하며 발버둥을 치니 주인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주인의 덩치도 만만찮았지만 무리였다. 마동은 개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개들의 눈을 쳐다보았다. 순간 개들의 눈에는 경계와 무서움이 동시에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개들이 한 마리였다면 아마 마동을 보며 짖지도 못했을 것이다. 개들은 마동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동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개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두려움은 개들의 눈동자 속에 꽉 들어차서 공포를 만들어냈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개들의 눈동자는 점점 작아져 줄어들었다. 개들은 마동의 눈에서 무엇을 읽어냈다. 개들은 마동의 눈과 마주치고 몇 초가 지나자 하늘로 솟아오른 꼬리가 밑으로 내려가서 엉덩이 안으로 말려들어가 버렸고 짖어대던 소리는 끙끙 앓는 소리로 바뀌었다.
개들은 마동의 시선을 피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개들의 주인은 뜻하지 않던 개들의 행동과 반응에 쩔쩔매고 있었다. 주인은 풀 죽은 개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 양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개들을 쓰다듬어가면서 왜 그러냐고 계속 물었다. 주인은 고개를 돌려 마동을 쳐다보았다. 마동은 개 주인이 개들이 마동을 향해 짖고 달려들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는 줄 알았지만 그저 마동을 무섭게 쳐다볼 뿐이었다. 개들의 표정은 이내 앞니 빠진 힘 잃은 중환자 같은 얼굴을 하고 마동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이며 끙끙거렸다. 개들이 너무 갑작스레 짖어서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놀랐지만 개들의 주인은 자신의 풀 죽은 개들만 걱정되었다.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들은 낑낑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도 못했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한 마리가 오줌을 갈겼다. 오줌은 바닥과 털에 그대로 모래와 함께 뒤섞였다.
주인은 샘을 부르며 계속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동을 무섭게 노려보던 개들의 주인도 마음이 바뀌었는지 마동에게 미안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진심은 없었다. 마동은 괜찮다고 말했다. 송아지만 한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킨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주인으로서 조련자로서 꽤 자질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훈련도 받아야 한다. 개들 뿐 아니라 주인도 같이 개들의 옆에서 개들을 리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큰 개들을 사람들 틈에서 서로에게 불편함이 없이 산책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큰 개들이 주위의 급작스런 상황에 놀라서 발광을 하게 되면 훈련받지 못한 일반인 큰 개들의 리드미컬 한 움직임을 제압할 수 없다. 이는 곧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된다.
개들은 당황하면 인간처럼 현실적 이해관계에 대해서 타협을 모른다. 조련자는 침착함과 오래된 경험이 쌓여야 큰 개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이 개들의 주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훈련을 받은 것 같았다. 마동에게 사과를 하고 개의 주인은 개들을 데리고 가던 길로 갔다. 개 주인의 생각이 마동의 의식에 와서 닿았다.
-저놈은 뭐 하는 놈일까. 어째서 우리 아이들이 이처럼 짖어댈까. 아이들이 관찰자로서의 능력이 저하된 것일까. 감각이 무뎌진 것일까. 아니다 그럴 일은 없다. 갑자기 이렇게 아이들이 크게 짖어대고 달려들려고 하는 경우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제대로 받은 녀석들이다. 이 녀석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훈련의 과정을 망각하고 미친 듯이 한 사람을 보고 짖어댈 리가 없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30대 남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무엇인가 감지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심하게 짖는 모습은 훈련소에서 조금 벗어난 산장에서 야외 훈련을 했을 때였다. 겨울이었고 본디 이 녀석들은 추운 날씨에 강한 녀석들이다.
다른 종의 개들보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집을 강직하게 지킬 수 있는 아이들이다. 겨울의 산장에 밤이 드리우고 들개들이 먹잇감을 찾아 산장 근처에 내려왔을 때 이 녀석들이 크게 짖어댄 걸 본 적이 있다. 지금도 바로 그때처럼 이 녀석들이 짖었다. 단지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땐 들개들에게 달려들어 무리수가 많은 그 녀석들을 산장 근처에서 밖으로 내 몰아 버렸지만 저 사람과 눈빛이 마주한 후 병든 닭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주인은 뒤돌아 마동을 잠깐 쳐다보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