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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스카이

흔들리는 가능성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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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바닐라 스카이인데, 무슨 말일까 예전에 생각을 했었다. 바닐라 스카이는 데이빗이 바라는 바닐라 색감의 세계를 의미한다. 문득 바닐라색이 궁금했다. 바닐라는 난초과의 풀을 말하는데, 꽃의 색감이 하얀과 노랑의 중간색정도다.


그런 색감의 하늘이 펼쳐진 하늘, 어쩌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주인공 데이빗은 바랄지도 모른다. 2001년도 영화로 영화 속 톰 크루저, 페넬로페 크루저, 카메론 디아즈는 너무나 젊고 예쁘고 멋지다.


페넬로페의 미소는 여자남자 할 것 없이 빠져들어갈 것만 같고, 길고 늘씬한 카메론 디아즈도 데이빗과 함께 죽기 위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보여주는 발가락, 발톱마저 젊고 예쁘다.


데이빗은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도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헷갈려하고, 자아와 사랑 사이에서 선택이 어렵다.


완벽한 인간은 있을지 모르나 완전한 인간은 있을 수 없다. 왜? 인간이니까. 인간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이다. 그 구멍으로 물이든 뭐든 새어 나간다.


초반에 라디오 헤드의 [에브리씽 인 잇츠 라잇 플레이스]가 흘러나온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이빗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 노래는 23년에 나온 영화 [크리에이터]에도 등장한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리고 싶었던 조슈아는 마야를 다시 만나서 원래대로 돌리려고 한다.


영화적으로 초반에 톰 크루저가 뉴욕의 한 복판에 혼자만 있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같으면 1, 2억 정도의 비용으로 그래픽으로 깜쪽같이 처리를 하면 되지만, 2001년도에는 그럴 기술이 없어서 뉴욕시에 13억을 지불하고, 스텝과 장비사용비 7억을 합쳐 20억을 쏟아부어 새벽 한 시간을 빌려서 촬영을 했다.


하루에 십만 명이 다니는 뉴욕시를 새벽 한 시간 정도 멈추게 하려면 당시에는 그렇게 해야 했다. 거기에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고 계약을 체결해야만 이런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온 시간은 1분 정도다.


영화는 페넬로페 크루저 때문에 19금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생각난다. 소설 속 주인공도 현실과 정신의 두 세계를 양립한다. 나중에 결국 하나의 세계를 택해야 하는데 정신의 세계를 선택한다.


그 세계는 그림자가 없고, 마음을 잃은 채 살아가야 하지만 가능성을 본다. 현실의 세계에서 육체가 죽더라도 또 다른 세계, 일각수가 있는 그 세계에서는 영원히 지낼 수 있다. 마음을 잃은 채 살아가야 하지만 도서관의 그 여성과 함께 라면 흔들리지만 가능성을 믿는다.


그리고 데이빗이 느끼는 병 같은 환상은 25년이 지난 현재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봐도 재미있을 영화 [바닐라 스카이]였다.


https://youtu.be/9jUX3xfWH-U?si=sJW6_LkBmxGaxKpR

Psychedelic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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