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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Sep 17. 2023

‘너는 뜨거운 삶을 살았느냐’

‘장로님 합창단과 권사님들의 콰이어 차임 연주’

교회를 재건축하고 ‘입당 예배’를 거쳐 ‘헌당 예배’, 그리고 흩어진 성도를 찾아보려고 ‘홈 커밍데이’ 초청장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 예배에 축하를 위해 초청된 40여 명의 은퇴한 ‘장로님들로 모인 합창단’은 긴장으로 경직된 얼굴에 그들이 살아온 인생이 보였다. 고집과 뚝심도 느껴지고, 믿음 생활의 힘든 역경을 이겨낸 것 같기도 하고, 한 명 한 명이 교회를 대표하는 얼굴에는 지금도 열심히, 성실하게 지내고 있다는 자긍심이 보였다.

      

무대 위 장로님들을 누가 감히 대적하리오! 장로가 되기까지 그리스도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하신 분들을. 저분들을 누가 말릴 수 있었겠는가. 삶의 승리? 믿음의 승리? 목소리는 강하고 단단해서 청년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했으나, 달리 느껴지는 것은 성숙하게 익은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세월의 흔적이 너무 느껴지는데 왜 그리 눈물이 흐르는지. 굵게 패인 주름과 노래를 불러도, 꽉 다문 듯한 입술에서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투지가 느껴짐은 내 마음이 그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2부는 권사님과 장로님들의 ‘콰이어 차임’ 연주였는데 나이 드셔도 틀리지 않고 진지한 모습을 보니 경건하기도 하고, 그들의 진심이 전해지는 연주였다. 연주를 보고 들으면서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하겠노라'가 여겨졌다. 아름다운 선율은 천당 같기도 했는데 그분들의 모습에 은혜를 받으면서도 왜 나는 자꾸 슬퍼질까. 요즘 자꾸 나이 들어감을 느끼면서 커지는 아쉬움 때문인지 권사님들의 연주가 너무나 차분하고 안정된 것이 오히려 마음이 저릿했다. 그분들은 천국에 있는 것처럼 평온한데 왜 내 마음은 그리하지 못한 지.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적은데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미련? 해야 할 일에 대한 불안과 부담?  



가을 탓이런가!!

은혜받았으면 그것으로 충만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생각들과 귀한 이 시간 씨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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