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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Feb 28. 2024

‘빨리 늙으면 안 돼’

< 아직 20년이나 남았어>

 아침 식사 때 내 오늘 스케줄을 묻는다. ‘오늘은 안 나가요. 월말이라 일지 올리고, 글쓰기 정리하고 헬스...’ 편안하게 점심때 오셔.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보기에는 편안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엉, 오늘은 아침부터 바빠요. 사례 회의 있고 상담 있고... 좀 늦어요’  ‘점심은 데워서 먹도록 해놓고 갈게요’

 그러면 남편도 마음이 바쁜 듯 행동도 바빠진다.  

    

오늘 공수해 놓은 삼계탕을 ‘배부르다’ 두드리고 흐뭇하게 먹길래 진한 커피 갖다 주며 

‘당신은 내가 집에서 이렇게 점심 차려주면 좋지!’ 했더니 큰 소리로 ‘아니야, 당신도 당신 할 일 있어야지. 아니면 빨리 늙어!’ ‘그래? 그런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속도 겉도 안 늙으면 좋지만 마음도 몸도 천천히 늙어야 된다는 말이겠지.   '아직 20년이나 살아야 한다'는 말에 누가 그렇게 보장해 준대나 ~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려말 학자 우탁)가 불현듯 머리를 친다.


어릴 때 시어머니께서  장사하셔서 큰 양푼이에 밥과 숟가락 4개 꼽아놓고 나갔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서 남편은 밥 먹을 때 혼자 먹는 것을 유달리 싫어한다.

     

딸들이 어릴 때는 ‘여자아이’라고 내가 밖에서 근무하는 것을 싫어해서 집에서 과외를 시작했다. 그게 20여 년 흘렀고, 딸들이 대학 가면서 나도 내 길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마누라가 빨리 늙는 게 싫구나. 이제는 혼자 밥 먹어도 될 만큼 내적인 힘이 생겼나!’ 

열심히 움직여서, 반짝이는 눈으로 가는 세월 더디게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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