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님의 인터뷰
Q. 영주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30살 이영주라고 합니다. 원래부터 옛것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런 취향들이 잘 맞아서 남편과 함께 '루헤커피'라는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이 인터뷰를 통해서 저희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공간에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영주님을 지목해주신 두 번째 인터뷰이 준서님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준서가 손님으로 저희 카페에 왔었어요. 그때 준서는 LP를 가져왔고, 카페에서 틀어줄 수 있냐고 물었죠. 그렇게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대화가 잘 통했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전화해서 빨리 카페로 와 줄 수 있냐고 했죠(ㅎㅎ). 남편이 작곡 전공을 했고,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어서 공감대가 많았어요. 준서를 처음 본 그날 카페 문을 닫고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수다를 떨었어요(ㅎㅎ). 그 이후에도 카페에서 새벽까지 종종 와인파티를 하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음악, 공간, 디자인 등' 관심사가 비슷하고 취향과 결이 맞아서 급속도로 친해진 것 같아요. 손님과 카페 주인이라는 관계로 만나서 이렇게나 친해졌어요.
Q. 루헤커피의 '루헤(Ruhe)'는 어떤 뜻인가요?
이전에 어떤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퀘렌시아'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어요.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귀소본능, 쉼, 애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데 소가 투우장에서 싸움을 하고 난 후 잠시 숨을 고르는 영역을 뜻해요. 현대에 와서는 혼자 쉼을 누리는 순간,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하는 순간 등을 의미하게 되었고요. 이런 뜻이 저희의 공간과 잘 연결되는 것 같아서 단어를 찾아보다가 독일어로 '평온, 멈추다, 머무름'이라는 의미를 지닌 '루헤(ruhe)'로 이름을 정하게 되었어요.
이 위치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처음에는 한적한 공간을 원했어요. 뒤편에는 산과 풀이 있고, 하늘,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죠. 그런데 마땅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때 '우리 동네를 한번 둘러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동네를 둘러보던 중 이곳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바로 여기다.'라는 생각에 보자마자 하겠다고 했어요(ㅎㅎ).
카페 로고가 독특해요. 무언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직접 제작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ㅎㅎ). 처음부터 원했던 자연의 풍경을 누릴 순 없는 공간이지만, 그 마음을 카페 로고에 담았어요. 루헤커피의 로고를 보면 지평선, 평야, 잔디 그리고 해와 하늘이 그려져 있어요. 우리가 가장 평온한 순간을 떠올려 봤을 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죠. 생각정리를 위해 카페에 오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카페에 오든 모두가 이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와서 멍을 때릴 수 있는 공간(ㅎㅎ). 사실 저희가 좋아하는 느낌의 공간이 그런 거예요. 편한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릴 수 있는 곳. 이런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저희 카페를 좋아할 거예요.
Q.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공간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우선 일부러 천정을 낮게 했어요. 요즘은 천정 마감을 하지 않고서라도 천정고를 최대한 높게 하는 공간이 많은데, 아늑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천정 마감을 낮게 했어요. 천정이 낮아야 편안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거인이 된 느낌?(ㅎㅎ) 잘 때에도 이불이 몸을 눌러주어야 편안함을 느끼고 잠이 잘 오는 것처럼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원해서 벽과 천장 전체를 목재로 시공했어요. 직접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카펫도 편안한 색감으로 골라서 직접 깔고요. 항상 첫 번째 우선순위가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벽에 걸리는 그림도 따뜻해야 하고 음악도 따뜻해야 하고 전부 따뜻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신경 썼어요.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공간을 가꾸다 보면 서로 의견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큰 문제는 없었어요. 생각해보면 딱히 부딪힌 적도 없고요(ㅎㅎ). 왜냐하면 서로가 원하는 전체적인 결을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감성이 기본적으로 따뜻함을 추구하고 있어서 비슷해요. 전체적인 콘셉트를 함께 상의하고 그 콘셉트에 맞는 화분, 포스터, 책 등 소품을 꾸려나갔는데 결과적으로 잘 맞더라고요.
소품 중에서도 특히 의자가 눈에 띄어요. 교회 의자가 맞나요?
네 맞아요(ㅎㅎ). 잘 알아보셨네요.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소품을 들이고 싶어서 당근 마켓을 엄청 찾아봤었거든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이 교회 의자 들이었어요. 판매하시는 분께 네고를 요청드렸는데 중국 선교사님이셨어요. 사정이 힘들고 유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마음으로 네고를 안 해줄 수 있겠냐고 하셔서 제 값에 가져온 물건들이죠. 교회 의자가 진짜 편하거든요. 너무 편하니까 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이 상태로 밤도 새울 수 있다'라고 할 정도예요(ㅎㅎ).
Q. 가장 '우리 다움'이 느껴지는 곳은 어디인가요?
두 스폿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계산대와 연결되어 있는 바 테이블이에요. 손님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꼭 있었으면 했거든요. 예전에 2년 넘게 단골이었던 카페에서 바리스타 분들과 엄청 친해진 경험이 있어요. 그때 친해진 이후로 지금까지 연락하며 만나고 있는데,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 꼭 손님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저 자리를 만들게 되었어요(ㅎㅎ). 단순히 커피를 파는 사람과 사서 먹는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우리의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안녕을 물어볼 수 있는 관계죠. 사실 요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원한다면 다양한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두 번째 스폿은요?
이 작업공간이에요. 은공예를 할 수 있게 마련해두었고, 이곳에서 반지를 만들고 있어요. 여기에 있을 때 정말 평온함을 느껴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잡념 없이 손으로 작업하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생각정리도 잘 되고, 마음이 편안하죠. 여기에 앉아서 가끔 손님들을 구경하기도 해요.
Q. 카페를 운영하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불안함이 컸어요. 하루하루가 기대되면서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죠.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정말 많이 행복해요. 이전에 항상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된 거잖아요. 내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안부를 묻고, 꿈꿔온 상황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해주고 평생 함께할 '평생 친구'와 함께라서 엄청 든든해요. 같이 지내니까 너무 재미있고요(ㅎㅎ). 서로 덜렁거리는 부분을 채워주고 혼도 내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공연이나 파티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우선 서로의 지인을 초대한 재즈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사실 주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데 함께 자유롭게 만나서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잖아요. 여기 루헤에서, 그런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이벤트를 많이 구상하고 있어요.
Q. 이 공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연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공간에 가면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 다 군데군데에서 각자만의 행동을 하고 있잖아요. 각자의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그렇지만 한 공간 안에서 귀로는 같은 음악을 듣고 코로는 같은 향을 맡고 같은 온도에 있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 공간은 하나의 결로 각기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힘을 지녔어요. 루헤에는 단골손님이 꽤 있어요. 손님들 각자만의 취향이 있겠지만, 어쨌든 저희 공간의 결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자주 찾아주신다고 생각해요.
분위기, 느낌은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음, 어린 시절 수학여행 갔을 때 밥 먹기 전 자유시간? 쉬는 시간? 같은 느낌이에요(ㅎㅎ). 정말 좋지 않나요? 여유롭고 나른하고 평온하면서 꿈같은 느낌 있잖아요. 딱 그 느낌이에요. 모든 걸 내려놓고 멍 때릴 수 있는 시간,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죠. 저희 공간은 그런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에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
Q.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목표가 있나요?
요즘 세상이 너무 각박하잖아요(ㅎㅎ). 각자 자기 자신을 굉장히 채찍질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데 저희 공간에 와서는 그런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해요. 내면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공간이랄까요? 루헤에 와서 좋은 음악도 감상하면서 쉬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저희에게는 하루하루, 매 순간이 새로운 목표인 것 같아요. 매일매일이 기대돼요(ㅎㅎ).
Q. '친구의 친구' 커뮤니티, 어떨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친구의 친구'잖아요. 내 친구를 연결고리로 한 관계니까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친구보다 더 돈독한 사이가 될 수도 있고요(ㅎㅎ). 내 친구에게 누군가를 소개해줄 때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잖아요. 선물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상대를 생각하면서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주는 것처럼요. '너 이 친구랑 잘 맞을 것 같아!'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를 소개해주죠. 이렇게 만난 사이들이라면 건강한 대화가 오가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모두들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소소한 행복들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요즘은 현재에 충실하기도 바쁘고 '지금'만 바라보기에도 벅차기는 해요. 그래서 저는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게 일상을 수집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전시회 티켓, 여행 기차표를 모은다던지 하는 거죠. 저는 그 물건들을 후에 꺼내봤을 때 다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공간이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이전에 일본 여행에서 들렀던 베이커리의 비닐봉지도 아직 가지고 있을 정도예요(ㅎㅎ). 그 봉지를 만지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공간화시키는 거예요. 저만의 방법으로 또 오늘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고요. 나만의 공간을 가꾼다던지, 식물을 기른다던지, 글을 쓴다던지 등등 이렇게 각자만의 방법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면 조금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쁜 걸음들이 오가는 어느 평범한 대학가 골목 2층에 들어선 부부의 공간. 누구나 들러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안정을 취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곳곳에 녹아 있다. 작은 화분에 놓인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요리조리 들여다보는 그들의 시선은 따뜻했다.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현실이 된 지금 이 순간.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지만, 부부는 또다시 꿈을 꾼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목표니까. 목표에 한계가 있으면, 성공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매 순간이 그 자체로 목표이고 행복한 과정인 이들은 언제나 퀘렌시아에 있다. 당신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
이영주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2.04.07
vol.3 이영주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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