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급하게 병원으로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자 의무 교육을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내가 일하는 부서는 정형외과였지만, 주사실 일도 겸하고 있었기에 우리 부서원들이 전 직원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 교육은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수할 수 있었고 약 7시간 정도 교육 과정이 있었다.
백신 교육을 받으면서 다른 백신들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이 아주 다양하고 많은 종류가 적혀 있었다. 38도 이상의 발열이 나타날 확률이 30% 이상이었고, 구토 구역, 주사 부위의 통증, 근육통, 두통, 오한 등 많은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었다.
하루 이틀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착했다. 병원 앞 백신 수송 트럭 앞에는 특수부대인지 모르겠으나 복장이 다소 다른 무장한 군인이 백신을 지키고 서있었다. 백신이 오기에 앞서 백신 냉장고 관리 점검, 온도 점검, 이송 방법 점검 등 여러 가지 절차를 인증받은 뒤 백신을 받을 수 있었다. 특수한 초저온 냉장고가 필요한 화이자 백신과는 달리 평소 병원에서 사용하던 백신 냉장고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백신은 1 바이알 당 10~12 명 까지도 접종이 가능하고 한 번 개봉하면 6시간 이내에 접종을 완료해야 했다. 따라서 10명의 인원이 모여야 폐기 없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 접종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전 특정 시간대에만 접종을 하고 최소 30분 동안 이상 반응이 없는지 주사실 앞에 대기하도록 했다.
접종 당일이 되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업무시간 중간에 백신을 맞는 거라 진료, 수술, 검사 중에 백신 접종하기란 쉽지 않았다. 10명의 직원이 동시간대에 모이지 않아 앞서 접수한 직원들은 기다리기도 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하고 다들 코로나 백신 접종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는 기분에 들떠보였다. 병원장님과 내과 과장님들이 나서서 첫 접종자가 되었다. 나머지 의료진들은 조금 더 긴장을 풀고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 종식의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은 축제 분위기였다. 접종 후 반창고를 인증하는 인증샷을 찍어가기도 했다. 특별한 부작용 없이 첫날 백신 접종이 끝났다.
접종한 팔도 아프지 않고 부작용이 없어서 괜찮은 줄만 알았다. 집에 귀가해서 평소처럼 저녁식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며 쉬고 있었을 때였다. 8시쯤 되었나, 갑자기 추운 느낌이 들었다, 겨울이라 날이 추운가 하면서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5분 안에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추운 느낌이 들었다. 바로 오한이 오는구나 생각했다, 이불을 챙겨서 얼른 장판 위에 누워야겠다 하고 일어났을 때 정말 극심한 추위와 함께 몸이 덜덜 떨리다 못해서 입에서도 ‘아아아아아....’ 하는 소리가 났다. 오한, 두통, 근육통, 약간의 호흡곤란이 동시에 나타났다. 가족이 없이 혼자 있을 때 첫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귀가 예정인 가족에게 밤에 괜찮은지 상태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 119를 누를까 말까를 고민한 끝에 두꺼운 겨울 이불을 두 겹을 덮은 채로 버텨보기로 했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보려 했지만 근육통과 두통이 너무 심해서 잠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새벽에 10번 넘게 깨고 잠들고를 반복한 것 같다.
다음날 직원 카톡방을 보니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직원이 힘든 밤을 보내고 진통제를 먹고 출근한다고 했다. 나 역시 다른 증상은 괜찮아졌지만 머리가 정말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팠다. 이부브로펜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해서 타이레놀 두 알을 먹은 후에야 일어나서 걸을 수 있었다.
다들 몸살, 오한 증상을 경험했고 39도 이상의 열이 나는 사람도 1/4 정도 있었다. 대부분 직원들이 타이레놀 복용 후에 증상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약을 먹고도 고열이 있었다.
다음날 접종은 접종 첫째 날에 비해서 무사히 넘어갔다. 다들 부작용에 대비해서 진통제 등 약을 구비해두고 퇴근 후 푹 쉬도록 일정을 비워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일 차에 접종한 직원들 중에는 아무런 부작용을 겪지 않은 사람도 몇몇 있었다.
요즘 백신 접종 후 휴가 지급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코로나 백신 맞고 하루나, 반차 정도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다음날 아침은 정말 출근하기 힘들었다. 걸을 때마다 두통에 시달려야 해서 10분 정도 지각하고서야 겨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접종 후기에 ‘좀비처럼 일했다’라는 말이 유독 많았는데, 정말 공감하는 바다. 독감 걸렸을 때, 딱 그만큼 아팠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1~2 일 후에 모든 부작용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나의 경우는 팔에 딱딱한 멍울과 통증이 딱 열흘 동안 지속됐다. 마치 누가 작정하고 꼬집어 뜯은 것 같았다. 처음 주사 맞을 때는 아프지 않아서 놀랄 정도였는데, 통증과 멍울이 꽤 오래 남아서 부작용 보고를 올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야 증상이 사라졌다. 그래도 백신 2차 접종 땐 1차보다 부작용이 경미하다고 하니 두려우면서도 약간은 안심이다. 2차 접종은 8주 정도 간격을 두고 4월 말에 진행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백신 접종받은 얘기를 하자, 주변에서 접종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털어놓았다. 나는 독감, a, b 형 간염, 자궁경부암 백신 등 모든 백신이라곤 다 맞은 백신 신봉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백신,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을 것인가는 접종 당일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오랜 고민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하다면 순서가 되었을 때 바로 백신을 맞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첫째, 코로나 확진환자 수가 쉽게 줄어들지 않아서 감염 위험성이 높다. 집단 면역 생성이나, 본인을 제외한 국민의 대다수가 백신을 접종 완료하길 기다리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둘째,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생활이나 공간 출입, 해외 입국의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도 일부 직장의 경우 백신 접종을 거의 의무화했다. 언제든지, 기관이나 다른 국가가 백신 미접종자 들에 대한 차별을 둘 수 있다. 셋째, 백신 접종을 미루더라도 백신 종류 선택의 권한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나는 AZ와 화이자 백신을 맞고 싶지 않고, 얀센, 모더나 접종을 원한다.’라고 생각하며 접종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접종 순서를 미룬다고 해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백신을 맞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백신 접종 방식은 선택이 아니라, 백신이 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 선택할 수 있게끔 바뀔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 특히 혈전 문제라던가 여러 문제들이 보고되는 것이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료진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다양하고 효과는 떨어지는 백신을 투여한 것이 옳은 지도 의문이다. 어찌 됐든 75~80% 정도의 예방률만 있는 백신을 의료진에게 투여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 환자와 접촉했을 때 백신의 효과를 완전히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코로나 전담 병원이나 국립병원의 의료진에게는 화이자 백신을 투여했다고 하는데, 형평성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일반 병의원에서도 응급실 같이 코로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의료진도 많다. 실제로 우리 병원만 해도 주변 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병원에서 받지 않는 응급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데다, 코로나 의심환자 유입도 종종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의 효과를 100% 기대하지는 못하는 그런 상태이다. 그래서 근무 중에 여전히 KF94 마스크를 꼼꼼히 착용하고 장갑을 이중으로 착용한다. 일상생활에서도 KF94 마스크를 내 얼굴같이 느껴질 정도로 거의 착용하고 지낸다. 코로나가 없었던 시절에도 ‘표준주의’라는 것이 존재했듯이 백신과 마스크/보호장구로 이중 보호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마스크를 벗을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