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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작가 Jul 04. 2021

왜 다른 간호사를 만나면 우울해질까

각종 모임이나 친목 활동을 자주 참여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동종업계 종사자(=간호사)를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정보 공유의 장이 열린다. 현재 몇 년 차 간호사이고, 어떤 병원에서 일하는지, 복지는 어떤지.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가장 최근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은 한 명은 빅 5 출신 1년 경력의 간호사로 최근 의료기기 회사로 이직했다. 회사 복지가 아주 빵빵하다고 했다. 차를 바꾸라며 1500만 원을 지원해주고, 연봉도 빅 5 수준으로 챙겨준다 했다.




듣지 않으면 궁금하고 뒤쳐지는 것 같고, 듣고 나면 왠지 모르게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우울해진다.


대학병원 3년 차 이상이 되면 다들 '분위기 좋은 로컬 병원 있으면 가고 싶다' 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내가 그들의 미래 이거늘. 나에게는 딱히 물어보는 것이 없다.


오히려 빅 5 3차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연봉은 얼마나 많이 받아요?? 한 5천 넘지 않나?? 휴가비도 주나요? 등등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내가 일하는 작은 2차 병원은 내세울 만한 복지도 없고, 월급도 작고 귀여운 정도다.


어차피 고소득, 업무강도 최상의 병원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걸 안다. 대학병원 병동 간호사로 3교대를 할 때엔 매일이 눈물바다였던 걸로도 모자라 건강도 해칠 정도였기 때문이다. 체중도 7 킬로그램 이상 빠졌고, 부정맥이 심해서 가슴통증 있었다.


대학병원 외래에서도 자 대기 시간에 맞춰서 종종거리는 것, 떠넘기기 식  업무 배분 시스템 등 모든 게 싫었다. 결론은 아주 잘 그만뒀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나타나는 격차는 더욱 커지고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진다고 한다. 싫든 좋든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계속되는 경쟁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흔들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향이 확고해야 한다고 했다.


조그만 바람에도 너무 쉽게 흔들릴 때면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가 지금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데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멋진 삶을 사는 듯한 누군가와 만났을 때 잠시 흔들리고 우울한 감정이 스쳐가더라도 괜찮다.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가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겐 내가 닮고 싶은 사람,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다.  스스로의 가치를 믿고 가능성을 찾아보아야 한다. 나를 향한 채찍질을 잠시 멈추고 당근도 좀 먹여주자.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가 해주어야 할 말이 있다. "다 잘될 거야.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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