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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작가 Aug 26. 2022

간호사 4년 차 인턴이 되다

Ep1 공기업 인턴 준비하기

병원에서 퇴사하고 딱 1년쯤 지났을 때 기회는 찾아왔다. 직장생활과 공기업 준비를 병행한 지는 1년 반쯤 지났을 때였다. 상반기 공기업 공채에서 또다시 쓴 탈락을 맛보고 큰 기대 없이 인턴 서류를 접수했다.


공기업 인턴은 '금턴'이라고 불릴 만큼 고스펙의 경쟁자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 서류 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전형단계 자체는 필기시험이 없어서 조금 간략하다. '한컴토'라고 불리는 정량적 자격증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부터 불안했다. 하지만 의외로 원했던 두 기업에서 서류합격 통보를 받았다.


면접 스터디를 구해서 면접을 준비했다. 질문은 인터넷 블로그 등에 기출 질문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준비가 어렵지는 않았다. 이런 공식적인 다대다 면접은 오랜만이라서 다소 긴장이 되었다.




첫 번째 기업 인턴 면접은 평범한 면접이었지만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었다. 한 사람 당 쓸 수 있는 시간이 5분뿐이었다. 그런데 다른 지원자들 자기소개에서 거의 1분 이상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인지 다음 답변부터는 시간상 커트당하는 일이 많았다. 거의 "랩을 하라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시간이 짧았다. 두괄식 결론-상황 요약-행동 이유-포부 순으로 45초 내외의 답을 준비했는데 거의 포부 앞에서는 다 잘렸다. "네~ 이해됐습니다."라는 면접관의 커트 멘트가 평정심을 뒤흔들어놨다.


또, 함께 들어간 두 명의 면접자가 굉장히 능숙하고 뛰어난 답변을 했기 때문에 더욱 긴장되었다. 하지만 '우리 조는 다들 답변이 상위권이다, 우리 조가 유별나게 뛰어난 지원자들이다' 라며 마인트 컨트롤을 했다. 실제로 이전 병원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들이나 이후 다른 인턴 면접 지원자들보다 이때 만난 지원자의 답변이 수준급이었다.



두 번째 면접 본 기업은 인원이 6명이 들어가는 30분짜리 면접이었는데, 상당한 압박면접이었다.  초반에 앞 순서에서 대답을 하게 되었는데 뒷 지원자들이 내 답변을 거의 그대로 따라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앞 순서여서 나는 매끄럽게 말하지 못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면접 후반부로 갈수록 압박 단계와 꼬리 질문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졌다. 그러자 지원자들 대부분이 말을 더듬고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나에게도 간호사의 행정 업무력을 의심하는 듯한 압박 질문이 들어왔었는데, 내가 경험한 병원 행정 업무와 일반 행정업무의 차이와 유사점을 잘 설명해서 반박했다. 솔직히 압박 면접은 압박감을 이겨내는 기싸움(?)과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 째려보고 이기려고 하는 무서운 기싸움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이 충분하다는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것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해라'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순간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원래 준비했던 답변을 버리고, 즉석에서 새로운 답변을 했다. 이 질문은 순서상 뒤쪽이어서 답을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자 꼬리 질문이 쏟아졌는데, 사실 확인 위주였던 앞선 꼬리 질문과 달리 면접관의 흥미와 관심도 잡은 것 같았다.

"입사하고도 계속 그 활동을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도 소신껏 대답했다. 이 질문의 의도에 따라 A+ 아니면 C라는 결과를 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공기업 면접에는 카더라 하는 의견들이 많은 편이다. 내가 생각나는 것에는 '타 기관 인턴경험이 있는 지원자는 인턴으로 뽑지 않는다'

'소신 있는 사람보단 말 잘 들을 것 같은 사람을 선호한다'

이런 말들이 있었는데, 제로 추후에 만난 합격자 들은 이런 의견 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많았다.  역시 흔히 알려진 좋은 답변과는 다른 대답을 했지만,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면접관들이 4-5일 간 수없이 비슷한 답변들을 듣기 때문에 나라면 너무 지루할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본분은 지키되, 나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답변을 준비했다. 기업에서 원하는 '창의성' 이라던가 '혁신'적인 인재임을 3% 다른 답변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평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가"를 자주 생각해왔기 때문에 조금 더 답변이 수월했던 것 같다.



면접을 보고 합격 발표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면까몰 (=면접은 까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이라고 확신도 없고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두 군데 다 최초 합격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한 기업을 골랐다. 타지 생활을 해야 했지만 더 관심 있는 직무를 경험할 수 있고, 인턴에 대한 대우도 더 좋은 편이라 선택했다.


반대로 다른 곳은 인턴도 민원업무를 해야 한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았지만(나는 이미 병원 근무를 통한 민원업무 경험이 꽤 있었다)

이번 인턴은 원하는 직무를 고를 수 있게 해 줘서 그쪽도 좋아 보였다. 히 집에서 30분 거리로 배정해줘서 나를 우선으로 배려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감사했다. 그만큼 포기조차 아쉽게 느껴진 선택이었다.


이렇게 간호사 만 3년의 경력을 내려놓고 공기업 행정인턴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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