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재밌어! 딴짓하며 얻은 새로운 세상.
이 글은 시리즈로 연재되며 어썸 팀을 운영하며 겪은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01. 사이드 프로젝트? 그런 거 왜 해요?
02. 야 너두? 야 나두! 좌충우돌 동료 찾기
03. 우리는 아이디어 뱅크. 혼돈의 아이템 선정하기
04. 우린 정말 린했다고 할 수 있을까?
05.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와우포인트는 뭐야?
06. 알 껍질을 깰 힘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한 우리 프로젝트
07. 새로운 도전, Awesome 시즌2
08. 완성도 습관이다.
09. 잘하는 걸 하자.
10. 어느덧 10명. 나는 조직을 책임져야 한다.
11.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한 리더의 역할
12.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고작 26살이었다.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을 맛보고 있는 여느 대졸 취업생이었다.
나는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했다.
서울 학교들의 산업디자인학과는 포괄적인 의미의 디자인을 총칭한다면, 내가 다닌 학교의 산업디자인학과는 제품의 ‘외형’을 다루는 그저 3D 모델러였다. 관심이 없는 분야다 보니 학업에 흥미 따위 없어진 지 오래였고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목표도 세우지 못한 채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벌써 졸업 학년이 돼버렸다. 명색이 디자인 대학을 4년이나 다녔는데, 포토샵도 제대로 다룰 줄 몰랐다. 나는 전공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어떠한 무기도 없었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하루를 단 돈 5천 원으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주머니 상황이 좋지 못했기에 막연하게 퍼져있을 수는 없었다.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했고,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래도 4년이라는 시간이 아까웠던 탓인지 디자인을 놓고 싶진 않았다. 수도 없는 고민 끝에 객기에 가까운 오기로 일면식도 없던 웹디자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왠지 웹디자인은 그냥 하면 될 것 같았다. 솔직히 쉬워 보였거든.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지만.
얌전히 웹디자인 공부나 할 것이지. 교육도 시켜주고 돈도 준다는 취업성공 패키지의 달콤한 유혹에 느닷없이 개발 학원을 뜬금없이 다니게 됐다. 어쨌든 웹을 다룬다고 생각했다. 물론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중에 잘 된 케이스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공계의 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놓고 다닌 나는 죽어라 해봐도 겨우 따라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고, 조직적으로 짜이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다. 6개월이나 투자했지만 역시나 내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또 1년을 허비했다. 더 이상 학원을 다닐 여유도, 서울에서 버틸 생활비도 없었다.
마지막 한 달, 미친 듯이 1.5평 남짓되는 숨 막히는 고시원 공간에서 난생처음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유일한 살 길이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했다. UI, UX라는 단어도 이때 처음 접하면서 ‘아...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좌절감을 또 한 번 느끼며, 인터넷에서 조각난 정보들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유명 학원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며 끼워 맞추기 식의 포트폴리오를 만든 후, 수 십 곳을 지원하고 떨어짐을 반복하며, 어째 저째 겨우 첫 취업에 성공했다.
자리 잡은 지금, 가끔 대학로에 갈 때면 꼭 그 고시원 근처에 가보곤 한다. 기분이 되게 묘하달까.
실무에서 나는 여전히 비전공자다.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동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웹은 단순히 페이지에 그림 그리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숨이 턱 막힌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러다 2018년 3월 '프롬디자이너' 를 우연히 만난다.
지금은 나를 프롬을 통해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때만 해도 서울에 지인도 없고 업계 선배 하나 없던 나에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첫 세미나 모임이었다. 그저 참석자1이었기에 당연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굉장한 어색함만이 감돌았다. 시간이 지나 연사분의 이야기를 듣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얘기하다 보니 내가 정말 닮고 싶은 분들이 계셨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유사한 연령층의 동료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프롬과의 인연이 이어져, 인생 첫 스터디 UI LAB을 시작했다.
나 같은 주니어가 감히 한 번 볼 수 있을까 싶은 분들과 함께 스터디를 할 기회가 생겼다. 주워라도 듣는 게 이렇게 큰 건지 몰랐다. 그들이 뱉는 단어 하나하나, 사고방식, 에티튜드. 모든 게 감탄의 연속이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그리는데 많은 영감을 받은 좋은 시발점이었다. UI LAB은 각자가 정한 주제를 다른 이에게 공유하는 스터디에 방식이었다. 나는 아는 게 없으니 같이 한 그들에겐 당연히 부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부족하다고 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마음먹으면 도와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나 어떻게 프롬디자이너 스탭을 시작하게 된 걸까?
첫 스터디를 계기로 함께한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다른 스터디도 하고, 새로운 팀들을 만나 함께 프로젝트도 해보며, 3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최근엔 퇴사도 했겠다, 이력서 업데이트를 하며 정리해보니 참 징하게도 살았다. 엄두도 나지 않는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소화하며 살았을까.
이 징글징글한 3년은 내겐 너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 두 번 다시없을 좋은 경험을 한 시간이다.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 인연이 되어, 의외의 지점에서 좋은 제안을 가끔 해주시곤 한다. 올해는 온라인 세미나에 연사로 초대받았다. 비록 긴장감에 어버버 한 발표지만 준비하면서 행복했고 새로웠다. 내가 외부에 연사로 설 기회도 생기고 사람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스터디와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나간 실무적인 스킬들. 물론 아직도 엄청나게 부족하지만 그동안 배워온 지식들로 새로운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너도나도 한다는 그 사이드 프로젝트.
물론, 현업의 일은 당연히 최선을 다하지만 색다른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 것은 IT인의 작은 꿈이다.
나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금은 함께할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루겠지만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프로젝트에 제일 중요한 요소다. 그만큼 너무 어렵기도 하다.
지금은 크게 4가지 프로젝트에 도전 중이다.
주류 관련 플랫폼, 한 사람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뉴스레터, 자신과 지인들의 심리적 거리를 알려주는 감정 기록 앱, 마지막으로 IT 관련 핫한 소식들을 큐레이션 하는 디자이너랩까지.
그중에서 'Awesome' 팀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언제나 인상적이다.
이 시리즈의 메인 콘텐츠로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스로 처음 만든 팀이기도 하고, 팀원 한분 한분 모셔올 때마다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Awesome 1기의 프로젝트는 앱 서비스 오픈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함께 고민하던 일련의 모든 과정들에서 그 어느 프로젝트보다 많이 배웠다. 2기에선 부족했던 부분들이 모두 케어가 되었기에 살아 움직이는 프로덕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재밌기도 하지만 벅차기도 하다. 벌려놓은 게 많다 보니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굉장히 신경 쓰는 중이다. 언젠가 하나하나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며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때론 지치기도 하고, 다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금단현상처럼 계속 생각난다. 함께 투닥거리며 결과물이 만들어져 가는 희열에 중독된 듯하다. 확실한 건, 짧은 기간에 훨씬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좋은 동료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부분에서 임팩트 있는 인싸이트를 준다. 좁아터진 시야각이 1도씩 확장되어 가는 느낌이랄까.
나는 아직까지 이런 도전이 흥미롭다.
언젠가는 좋은 아이템으로 작은 임팩트라도 세상에 던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런 사람, 팀이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02. 좋은 팀원을 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보러가기
혹 저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designerlab@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
데일리 빠른 IT소식 큐레이션 페이스북 페이지 디자이너랩도 많이 찾아주세요
https://www.facebook.com/DesignerLabStudy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