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의견 취합. 다수결 과연 옳은가?
이 글은 시리즈로 연재되며 어썸 팀을 운영하며 겪은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01. 사이드 프로젝트? 그런 거 왜 해요?
02. 야 너두? 야 나두! 좌충우돌 동료 찾기
03. 우리는 아이디어 뱅크. 혼돈의 아이템 선정하기
04. 우린 정말 린했다고 할 수 있을까?
05.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와우포인트는 뭐야?
06. 알 껍질을 깰 힘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한 우리 프로젝트
07. 새로운 도전, Awesome 시즌2
08. 완성도 습관이다.
09. 잘하는 걸 하자.
10. 어느덧 10명. 나는 조직을 책임져야 한다.
11.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한 리더의 역할
12.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팀원을 모으는 과정을 담은 2편에 이어, 3편에서는 아이디어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편 보러 가기
https://brunch.co.kr/@designerlab/5
생각보다 어썸 시리즈에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살짝 놀라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보는 플랫폼에 글을 쓰는 것이 살짝 무섭게도 느껴졌다. 세 번째 이야기 작성을 내심 미루고 있었던 이유다. 사실 내가 쓰는 글들은 엄청난 지식을 담고 있지도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내 브런치 채널의 이야기들은 엄청난 인사이트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좋은 정보들이 가득한 글은 잘 쓰시는 다른 작가분들이 워낙 많으시니, 두려움을 잠시 접어두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내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사실 지금 팀의 끈끈한 구성이 되기까지, 다른 여느 팀처럼 프로젝트 초기에 이탈자가 있었다. 이 순간만 함께 잘 넘어가면 될 텐데...라는 생각에 그땐 내심, 그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약간 원망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이탈이라는 결단을 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고 프로젝트 중간중간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을 이젠 안다. 그때는 그들이 남기는 브레드크럼이 사소한 투정이라 여기며, 그것이 이탈 싸인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저희 이제 뭐할지 정해볼까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단계다.
다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한 마디씩 거든다. 하지만 가볍게 뱉은 아이디어들은 팥 없는 찐빵마냥 매력을 찾기 힘들었고, 구성원 전부를 설득할만한 힘이 없었다.
계속되는 아이디어 토론으로 거의 3주의 시간을 허비했다. 다들 지쳐가는 모습이 보여갈 때쯤 '재한' 님이 색다르게 발상해보기를 제안했다. 이제까지 나왔던 가벼운 주제에서 연관되어 떠오르는 키워드를 나열해보기로 한 것. 예를 들면, '만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에 대해 떠오르는 랜덤 한 생각들을 무작정 나열해보는 것이다. 왜 만남을 가지는지 이유부터, 누군가를 만날 때 생기는 문제 등 수많은 포인트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간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포인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화 주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상대방의 행복이 배가 아프다던지, 애프터 신청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다양한 고민들이 존재했다.
그런 포인트들을 가지고 또 한번의 재조합을 통해 단순해 보였던 아이디어를 사진의 왼쪽 같은 신선한 형태의 아이디어로 재탄생시는 것이다. 이 방법은 꽤나 획기적이었고, 우리들만의 아이데이션 방법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성과였다.
여기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풀어보면 다 재밌어 보이는 아이템들이라는 점이다. A양은 1번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고, B군은 2번 프로젝트에 욕심이 생겼다. 양 측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치열한 논쟁 끝에도 의견이 수평을 이루며 대립하는 순간이 온 거다. 우리 조직은 욕심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에 각자가 그리는 프로젝트의 이상향이 너무나 뚜렷했다.
그럼... 저희 다수결로 결정할까요?
지친 우리에게 다수결은 정말 달콤한 유혹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한정된 팀의 리소스를 가지고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했을 때 가장 최적의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미쳐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는 흔히들 하는 '다수결의 오류'에 빠졌다. 표면상으로는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인 것처럼 보이니까.
결국엔 이때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이 '론칭'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한 근본적인 문제가 된다.
결국에는 다수결을 통해 B군이 하고 싶어 했던 아이디어가 프로젝트 진행 주제로 선택됐다.
아쉽지만 모두가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양에겐 아니었다.
이후 프로젝트가 한 달 정도 진행됐을 때, A양에게 가슴 아픈 한마디를 들었다.
"저 죄송하지만... 프로젝트 그만하고 싶어요."
멤버의 첫 이탈 선언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끝도 없는 고민을 했다. 여러 차례 회유를 통해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우리는 그녀의 니즈를 끝내 충족시킬 수 없었다. 멤버가 기존의 지인이어도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 중요한 사건이다.
A양을 탓할 이유는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각자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그룹이니,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면 언제든지 이탈 가능한 모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A양이 좋아했던 그 아이디어가 흥미롭기도 했고,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그때 우리가 가졌던 리소스나 능력치에 가장 적합했을 수도 있다.
다수결은 소수의 의견을 묵살시켜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집단지성은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항상 완벽하진 않더라. 그렇기에 팀에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 왔을 때, 소수의 의견이 사장되는 문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의견이 더 좋은 방향일 때도 많기 때문이다.
팀에서 PM의 롤을 맡은 사람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중요한 선택의 기준점을 단순히 머릿수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좋은 계기였다.
우리 팀의 멤버들은 자기 계발에 미쳐있었다. 대부분의 멤버들을 스터디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을 정도로. 그래서 직무 관련 재밌는 세미나가 있을 때 자주 마주치곤 했다.
조금 규모 있는 세미나에 가게 되면 생각보다 많은 이슈들을 경험하게 된다. 앞사람이 발표자의 스크린을 너무 많이 가려서 보기 힘든 경우도 많았으며, 강연 내용이 휘발성으로 날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했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에 장표가 넘어가버려서 촬영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순간에서 사용자 경험이 좋지 못하다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우리는 이 경험을 개선하고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04. 우린 정말 린했다고 할 수 있을까?
혹 저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designerlab@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
빠른 IT 소식과 좋은 아티클들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디자이너 랩도 많이 찾아주세요!
https://www.facebook.com/DesignerLabStudy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