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작작' : 의자
저에겐 싸구려 작은 스툴이 두 개 있어요.
평범한 색에 평범한 디자인의.
스물다섯, 서울에 자취방을 계약하고, 처음 제 돈으로 샀던 가구예요.
식탁과 함께 자리할.
비록 하나에 만원도 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새로운 안식처에 놓일 자그마한 의자를 조립하며,
새 출발을 자축하던. 들떠있던 그때의 소중한 기억이 담겨있습니다.
이 의자에 고스란히 사회초년생의 기억이 스며있네요.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 모두.
이제 곧 이사를 갑니다.
다행히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져, 집다운 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저의 서울살이의 첫 보금자리는 1.5평 남짓의 고시원이었고,
그 뒤엔 이 의자와 함께했던 작은 투룸에서 동생과 함께 4년을 지냈어요.
그랬던 이 집의 만기가 다가와,
엊그제 작은 거실 공간과 방 세 개가 있는 아늑한 공간을 계약했어요.
아마도 옮길 그 공간에서 4년을 또 지내겠죠.
지금은 옮길 집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쇼핑이 한창이랍니다.
더 이상 필요에 의해서 채워진 싸구려 가구들이 아닌, 내 취향이 담긴
새로운 식탁, 새로운 침대, 새로운 소파... 포인트가 될 오브제들을 살 거예요.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자꾸 저 싸구려 스툴이 눈에 밟힙니다.
버릴까.
계획해 둔 새로운 인테리어 구성에 어울리지 않는 퀄리티라 모진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뭐든 들이는 건 쉬운데 버리는 게 참 어렵습니다.
추억의 무게는 상상한 것보다 큰가 봅니다.
결국 나는 함께했던, 지나간 20대를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4년만 더 같이 살자.
평소엔 창고에 있겠지만 가끔 집에 손님도 올테니.
조금만 더 함께 지내보자.
자가로 가면 놓아줄게.
1월 작작 : 의자
"작작" : 월간.정기.강제.산출.프로젝트
be the clouds의 구성원이 매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개인 작업물을 반드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