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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랩 Jan 28. 2021

시간이 담긴 나의 작은 스툴

2021년 1월, '작작' : 의자





저에겐 싸구려 작은 스툴이 두 개 있어요.

평범한 색에 평범한 디자인의.

스물다섯, 서울에 자취방을 계약하고, 처음 제 돈으로 샀던 가구예요.

식탁과 함께 자리할.


비록 하나에 만원도 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새로운 안식처에 놓일 자그마한 의자를 조립하며,

새 출발을 자축하던. 들떠있던 그때의 소중한 기억이 담겨있습니다.


이 의자에 고스란히 사회초년생의 기억이 스며있네요.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 모두.




이제 곧 이사를 갑니다.

다행히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져, 집다운 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저의 서울살이의 첫 보금자리는 1.5평 남짓의 고시원이었고,

그 뒤엔 이 의자와 함께했던 작은 투룸에서 동생과 함께 4년을 지냈어요.


그랬던 이 집의 만기가 다가와,

엊그제 작은 거실 공간과 방 세 개가 있는 아늑한 공간을 계약했어요.

아마도 옮길 그 공간에서 4년을 또 지내겠죠.


지금은 옮길 집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쇼핑이 한창이랍니다.

더 이상 필요에 의해서 채워진 싸구려 가구들이 아닌, 내 취향이 담긴

새로운 식탁, 새로운 침대, 새로운 소파... 포인트가 될 오브제들을 살 거예요.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자꾸 저 싸구려 스툴이 눈에 밟힙니다.




버릴까.

계획해 둔 새로운 인테리어 구성에 어울리지 않는 퀄리티라 모진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뭐든 들이는 건 쉬운데 버리는 게 참 어렵습니다.

추억의 무게는 상상한 것보다 큰가 봅니다.


결국 나는 함께했던, 지나간 20대를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4년만 더 같이 살자.

평소엔 창고에 있겠지만 가끔 집에 손님도 올테니.

조금만 더 함께 지내보자.

자가로 가면 놓아줄게.








1월 작작 : 의자


"작작" : 월간.정기.강제.산출.프로젝트

be the clouds의 구성원이 매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개인 작업물을 반드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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