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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안나 Nov 23. 2021

제주 엥기리다 2

설레이다 in Jeju

B  



  간단히 준비해 온 재료로 아침을 챙기고 주변을 살피고자 차를 몰고 나왔다. 펜션을 감싼 몇 채의 집들과 잘 조경된 도로를 지나 대평포구 초입 자리한 나지막한 가옥과 상점들을 거쳐 박수기정 앞에 다다랐다. 그날 포구를 휘감던 바람과 울렁이던 파도 위, 억 겹의 세월이 솟구쳐 떠밀려지듯 올려지고 그 위를 또다시 만 겹의 계절 속에서 뿌리 내리고 줄기를 뻗은 푸르름을 마주한 순간,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벅찼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논짓물에서 박수기정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안 길은 한 달간 유효했던 제주살이를 무한 연장시킨 첫 번째 이유가 되었고, 논짓물 앞 카페에서 만난 ‘오묘한 집사’님은 나의 제주살이 첫 번째 친구가 되었다.




박수기정

고려시대 원이 제주마(馬)를 송출하는 포구로 이용 하였다는 대평포구에 서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박수기정을 마주할 수 있다. 제주 올레 8코스의 종점이자 9코스의 시작점이며 수직으로 꺾여 있는 절벽의 높이가 약 100m에 달하는 박수기정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것으로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박수기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조망하길 원한다면 절벽에서 다소 떨어진 대평포구 근처를 권하고 싶다. 포구 아래 자리한 자갈해변에서 바라보는 병풍처럼 펼쳐진 박수기정 뒤로 붉게 물드는 일몰은 가히 환상적이다.  

(제주 안덕면 감산리)



  





박수기정 앞 자리한

'카페 루시아'

현재는 옆, 신축건물로 이전했다.

대평리 최고의 선셋을 감상할 수 있다.












  아침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근처 카페와 식당을 방문하며 나름의 시간을 보내던 가운데 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로 흘러가는 용천수가 바닷물과 만나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물놀이터를 갖추고 있는 논짓물 바로 자리한 카페였다. 해안 바람을 겸허히 수용하듯 울렁이는 마당의 그늘막 아래, 빛바랜 낮은 채도의 페인트가 칠해진 거친 원목 테이블과 이색적인 의자들이 편안히 어우러진 곳이었다. 무엇보다 실내에 길게 자리한  가득한 선반이 보였고, 마당 곳곳 길고양이를 위한 밥과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자연과 과하지 않은 사람의 손길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그곳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고양이들이 있는 ,  공간의 지킴이와 길고양이들의 엄마를 자처하는 ‘오묘한 집사 분이 내가 제주에서 맞이한  인연들이다.




논 짓 물     

‘논짓물’이라는 지명은 해변 가까이 있는 논에서 나는 물이라 하여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바다와 너무 가까이에서 솟아난 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될 수 없었기에 그냥 버린다(제주어 논다)고 하여, 쓸데없는 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논짓물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또는 논에 물을 대는 물줄기이면서 바다 가까이 나는 물이라 하여 논짓물로 일컬었다는 설도 있다.

논짓물의 위쪽 50m 지점에서 솟아난 용천수는 길옆 도랑을 따라 길가에 만들어 놓은 ‘남탕’ ‘여탕’을 거치고 해안도로 밑을 지나 논짓물로 쏟아진다. 이렇듯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논짓물에서는 어린이나 노약자 또한 안전한 물놀이를 할 수 있기에, 여름철 마을 주민과 가족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매력적인 휴양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서귀포시 하예동 570 인근)









논짓물 앞 자리한

B카페 논짓물


올레길 쉼터이자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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