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무섭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집에 콕 들어박혀 보내는 시간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승선 생활은 격리 생활과 같다. 어디도 자유롭게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나의 감정은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돌아간다.
1. 새로운 선박, 새로운 동료와 상사
똑같은 환경의 생활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소속된 선박의 선원 교대 순번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선박 그리고 새로운 동료와 상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한다.
2. 언제나 스텐바이
화물선의 존재 이유는 화물 이송이다. 여기서 경제적인 이유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가 형성된다. 화물주, 선박 소유자, 용선주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선박의 출항시간, 입항시간이 예상보다 1시간이라도 늦어진다면 ‘난리’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항구에 접안하면 받는 검사에 대한 불안, 기기 결함으로 운항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 이런저런 불안과 걱정들이 선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래서 배에서는 언제나 스텐바이 상태이다.
3. 갑자기 찾아오는 무기력함
이렇게 약 3개월 동안 새로운 선박에 대해 파악하고, 새로운 사람들 또한 파악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4개월 차부터 갑자기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몸에 힘이 쫙 빠진다. 그저 무탈한 날이 찾아오길 바라며 머릿속이 텅 비워진다.
4. 외로움
그렇게 무기력함이 찾아옴과 동시에 외로움도 같이 찾아온다. 이를테면 나에게 어떠한 ‘의미’도 찾기 힘들 진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 쉽게 귀찮아지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짜증이 확! 올라온다. 그리고 일을 마무리하고 방에 돌아와도 또 다른 업무 걱정을 하다가 지쳐 잠들 뿐이다.
‘왜 이렇게까지 무기력해지고 외로워질까?’를 생각하다 문득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상에 있는 사람들도 집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상적이었던 과거의 일상들을 즐길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움을 느끼다 찾아온 무기력함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클럽에 가는 일탈(?)을 행하였을까 싶다.
나 또한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사소함조차 못 느끼는 현재 상황에서 신경은 계속해서 날카롭게 날을 갈고, 자존감은 서서히 낮아짐으로써 찾아온 짜증들이 나를 무기력하고 외롭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것이 맞다면, 그 괴리를 조금씩 좁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 방안들은 차차 찾기로 하고 얼른 자자. 내일 또 일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