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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May 20. 2020

오열하게 만든 유튜브 알고리즘

다시 되새기는 삶과 죽음의 의미


우리는 태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죽는다.


아직까지 죽는다는 것은 머나먼 얘기 같아서 일까, 나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고, 언제나 잊고 살아왔다.


그렇게 살고 있던 2020년 1월. 승선을 며칠 앞두고, 고모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나를 정말 예뻐해 주던 고모가 별이 되었다. 배에 올라오기 전날까지 장례식장에 있으면서 고모와의 추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 “어차피 죽을 인생. 즐겁게, 사랑하며 보내자!”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1월 17일 새벽 기차를 타고 평택으로 올라갔다.


5월 19일. 평택항에서 승선한 지 4개월이 지났다. 나는 1월 16일의 다짐을 까맣게 잊고 지내왔다. 무기력해지고 외롭다고 투정 부리며, 그저 무탈한 하루가 되길 바라 왔다. 그렇게 오늘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영상이 나를 찾아왔다. 이수근 님과 서장훈 님께서 진행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란 방송에 30살 시한부 암환자가 출연한 영상이었다. ‘시한부 암환자’라는 단어는 돌아가신 고모를 떠올리게 하였고, ‘30살’이라는 단어는 28살이라는 내 나이를 떠올리게 하였다.


이분은 온몸에 암이 진행된 상황이며, 의사로부터 ‘3개월’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이 떠난다면 홀로 남게 될 누나를 걱정하는 모습에 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마구 쏟아버렸다.


내가 만약 이 분의 입장이었다면, 아픔을 견디지 못해 세상 예민해져 있을 것이고, 그 예민함은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온갖 짜증으로 표출되어 남은 인생을 끔찍하게 보내고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밝은 모습으로 계속 이어갔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영상에 등장하신 분뿐만 아니라, 시한부라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내가 감히 한마디 말을 내는 것조차 실례이다. 나는 그저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니 그저 의료진이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바랄 수밖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기로 했다.


부모님, 누나, 여자 친구, 그리고 친구들. 그들 모두 나에게 과분한 존재이며,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들을 만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아프지 않고,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 당장의 순간, 순간이 기적 같은 일이다.


인생은 정말 어렵기에, 삶은 또다시 ‘죽음’을 잊게 하고, 그저 숨을 쉬며 바삐 살아가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나’라는 존재가 이 우주에서 기적이며, 나의 소중한 존재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한 번뿐인 인생을 모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기 위해 되새기고, 또 되새길 것이다.


 “어차피 죽을 인생. 즐겁게, 사랑하며 보내자!”



https://youtu.be/N3AccObA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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