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Aug 05. 2020

‘모방’의 힘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가까운 어른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이것을 ‘모방 거울’이라 한다. 그리고 아기가 자라 친구를 사귀면서 모방 거울은 친구가 된다. 그렇게 사람은 태어나 평생 무언가를 모방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모방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한 친구는 이름을 성(姓)과 함께 부르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달랐다. 이름을 성과 함께 부르는 것이 대게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당연히 누군가를 부를 때 이름과 성을 함께 불러왔다. 그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친구들을 부를 때 자연스레 성을 빼고 이름만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친구를 따라 이름을 부르는 모방이 행동이 되었고, 곧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라면서 친구뿐만 아니라 가수, 배우, 유튜버 등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닮고 싶어 하는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매일 찾아보고,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

이러한 모방 능력 덕에 우리들은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 적응을 해왔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 ‘모방 능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직장 상사로부터 누군가가 꾸지람을 받고 있다고 하자. 물론 별 이유 같지 않은 것으로 혼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엔 ‘알맹이’가 있다. 타인이 질책받을 때면, 내가 질책받을 때 보다 그 속에 있는 알맹이를 냉정하게 더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 잘하는 사람을 보고 눈빛이 초롱초롱하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사람들은 관찰력이 뛰어났고, 알맹이들을 잘 찾아냈다. 모방 능력을 통해 인정받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러한 모방 능력 덕에 인류가 생명체 피라미드 상단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즉, 인류가 생명체 피라미드 상단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지능’이 아니라 ‘모방 능력’ 덕분이라 한다. 먼저 모방 능력 있었기에 인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지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인간의 의식 모방 능력(무엇을 느끼는 것, 즉 감정의 전이) 덕에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고 한다. 하지만 21세기 인류는 의식(어떤 것을 느끼는 능력)에 비하여 지능(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에만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직장상사는 문제 해결, 즉 메일에 즉각적으로 답변을 하기 바라지만,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가령 음식을 맛보고 음미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게 된다.

이렇게 지능을 높이는 데에만 신경 쓰는 인류는 결국에 빅데이터 알고리즘 개발에만 곤두서게 되고, 그렇게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다운그레이드 하게 될 것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사회성을 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조종하는 극소수 엘리트의 손에 조종당하게 될 것이다.

의식 모방이 있었기에 지능 발달이 있었다.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세상에서 의식 모방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알맹이를 찾아나간다면, 처세에 능한  삶에 주체가   있을 것이다.


<참고>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무시받는 ‘감정 폭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