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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세아 Nov 22. 2019

사회 구성원의 조건에 아이가 포함될까?

한달살기에서,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상상하다


 여기 한 달 살기를 온 말레이시아 식당에는 수저 서랍이 없다.  직원이 인원수에 맞게 수저를 가져다주는데 그 안에는 아이용 수저가 포함되어있다. 사실 그건 나에게 감동적인 일이었다. 이 별거 아닌 친절로 하여금 아이도 한 사람의 고객으로 생각해준다는 것이 말이다.


 그걸 아이가 몇 번이나 봤는데도, 식당에 가면 습관적으로 무의식 중에 항상 자기 포크도 가져다 달라고 물어보라는 이야길 한다. 그래서 여기 있네 하고 말해주면 세상 쑥스럽게 웃는다.

나는 여기 와서야 비로소 아이식당에 올 때마다 어른들이 밥을 먹는 공간에 자신이 덤으로 따라왔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같이 아이 있는 가족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스위치가 달려있어서 전원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컨트롤하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아이는 그럴 수 있지만 부모는 그러면 안된다는 통념은 마치 부모에게 아이를 조종하는 핸들이나 리모컨이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다. 나는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내가 민폐라고 생각하는 선을 지키기 위아이와 함께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나 역시 벌을 서듯 음식을 쓸어 넣어 허기만 채우고 부랴부랴 쫓기듯이 나온 일이 잦았다.


 아이의 욕구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쏟아졌던 시선들로 인해 내가 받아왔던 상처는 꽤나 컸다.

하물며 아이는 어땠을까? 정숙하는 방법은 배워도 잘 모르고 목소리 조절하는 걸 까먹기 일수라 끊임없이 야단을 맞으며 최소한 밥을 먹는데 필요한 수저조차 요청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의 좌절이, 아이는 과연 적응하기 쉬웠을까.





 겨우 여기 한 달 살기에 와서 비로소 아이의 에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어땠을지 상상해다.

힘을 주어도 열리지 않는 무겁기만 한 유리문, 너무 높은 버스 계단, 잘 벌려지지 않고 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정수기 종이봉투컵, 혼자선 틀 수 없는 화장실 수도꼭지 같이, 아이는 매일매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산다.


 세상은 몸이 불편하지 않은 오른손잡이 성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있고, 소수의 불편함은 어찌 보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 일수다. 그중에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장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 중 하나는 분명 아이을 것이다.


 결국 아이는 비주류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고, 그걸 중재해야 하는 나는 비주류 인간을 가족으로 지닌 것에 대해 항상 주변에 미안하고, 때로는 창피하며, 또 어떤 때는 억울한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아이는 어른과 다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사회적인 규범을 배우기 위해서, 소리도 행동도 통제받는 상태로 음식을 먹는 것은 어른에게는 매우 당연한 것이지만 아이가 그것을 지금까지 행복하게 감내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조용하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이가 내는 조금의 소음에 관용을 베푸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다행히 이곳은 아이 당연한 행동에 무덤덤 편이다.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죄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편안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나는 감사하다. 요청하지 않아도 자기의 수저를 받을 수 있는 아이의 웃음에서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는 활달한 성격의 일곱 살 아이, 로숲이는 세계 일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케줄 매니저로, 아빠는 짐꾼과 보디가드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로숲 TV :: rosoup https://youtu.be/fpIR1AfLT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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