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RNOTE May 10. 2024

[직장인일기] 인사팀에서 일하기 싫은 순간

징계를 하고 난 후...

직원 한 명이 퇴사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말미에 본인이 퇴사를 하는 것은 대표님과 인사팀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징계가 결정된 후 1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는 하다. 인사담당자인 나 역시도 결과에 대해서 납득을 하기는 어려웠으니깐.. 사건의 당사자인 본인은 얼마나 실망했을까? 얼마나 정이 떨어졌을까?


하지만, 나 역시도 그 사람에게 화가 났다. 나 역시도 대표님과 의견이 달랐고, 더욱 강한 징계를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 과정을 알지 못하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 인사팀을 비난하고, 난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괴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참 힘든 일이다. 생각해 보니 난 종종 그러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 내가 의사결정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비난받는 것에 대해 유달리 참지 못하는 성향이다. 와이프는 그게 당연한 거니깐 이해하라고 하지만, 사실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가슴으로는 화가 나고 답답함이 가시지를 않는다.


회사가 짜증 나고 힘이 들기는 하지만,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경험했던 CEO는 모두 말로는 인사가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일을 잘하는 직원에 한한 것이다. 2명의 CEO 모두 결국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해자이지만, 성과가 좋은 사람의 편을 들어줬고, 그 때나 지금이나 결국에는 오히려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1인으로 운영하거나 가능한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자 한다. 막상 인사업무를 하다 보니 결국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 같다. 인사업무를 하면서 인사팀을 제외하고는 회사에서는 오히려 더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회사 사람들은 나에게 스트레스와 고충을 이야기하는데 인사팀장인 나는 누구에게 내 고충을 이야기해야 하나? 어찌 보면 이곳에서 글을 쓰는 게 내 고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일이 아닌가 싶다.


미움받을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저) 책 내용 중에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라'라는 내용이 있다. 나는 거의 매일 해당 구절을 읇조린다. 인사담당자로서 힘이 들 때 주로 보는 책은 심리학 관련 책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인일기] 일을 빠르게 배우는 방법(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