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인생에서 벗어나려면
세 번째 미라클 모닝.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에 피곤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는 표지 카피 쓰는 데 모든 것을 쏟고 있었는데, 그것만큼 에너지가 필요한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유혹이 들었다. 오늘은 조금 쉴까? 근데 이게 유혹일까? 마구 몰아붙이는 것의 부작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는, 오늘은 나를 좀 쉬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나의 속도나 방식을 찾아가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기도 하다.
물론 쉰다고 한들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게다가 서점에 갈 생각이다. 그래서 오전에는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다녀오려 한다. 가서 최대한의 인풋을 하고 오려면 지금 내게는 빈 공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아마도 이토록 휴식을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미라클 모닝을 잘못 이해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만 집착하게 된다. 그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도 나오듯, 외적 성격에만 집착하는 것과 같다. 나의 내적 성품보다는 기술이나 테크닉, 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는 이것을 ‘벼락치기하는 것과도 같다’고 표현을 한다. 내적 성품이 기본이 되어 그것이 신뢰를 주고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처럼 외적인 성과, 외적인 이미지에 집착하고 내적 성품을 돌보지 않고 일치시키려 하지 않으면 거기서 이중성이 생기고 불신이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집착하면 벼락치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사흘째 아침 일찍 일어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는 평생을 관장하는, 그리고 오늘 하루 내 삶을 관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이나 그렇게 일찍 시작한 하루를 어떻게 관장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물론 미라클 모닝을 하면 그날 하루를 잘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하루가 길어진 만큼 그 하루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미라클 모닝 운동이 잘못 왜곡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 이외의 것들, 그보다 더 중요한 아침에 일어나고자 하는 이면에 있는 나의 욕망과 심리, 그 마음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나한테 일어난 변화에는 이런 것이 있다.
일찍 일어난다
아침 7시 30분에 미토미투 프로젝트를 한다
아침을 먹는다(전에는 절대 먹지 않았다 여행 갔을 때나 우연히 일찍 일어난 날 빼고)
데일리 태스크가 생겼다(어제 못한 게 있어 마음에 걸린다)
운동을 한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매일’에 있다. 내가 벼락치기에 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보다 그것 자체가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스티븐 코비 말에 찔린 건, 내가 실제로 벼락치기에 굉장히 능한데 그것을 외적 성격에 집착하는 것과 동일시하였고, 그로 인해서 공허해지는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성과와 나의 이미지에 집착했기에 실제로 내 내적 성품이나 마음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몰아서 뭔가를 ‘해내는’ 성취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상담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정확했다. 그리고 내가 작년에 그토록 괴로웠던 것은 어떤 티핑포인트가왔다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것의 문제점이 다 발현되고 이제 정말 변해야만 하는 시점이 왔는데 어떻게 변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더 성취를 하자니 너무나 힘이 빠지고 도대체 난 뭘 해야 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무기력이 찾아왔고 남 탓을 하기 시작했으며 우울감에 빠졌던 것이다. 가장 먼저 망가진 게 내 마음이었고, 그다음이 습관이었다. 마음이 정말 강력한 게 심한 몸살 감기 앓는 것보다 그 후유증이 심각했고 내 인생을 좀먹고 있었다. 우울감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그 또한 방치하면 감기가 다른 병으로 이어지듯, 아주 지독한 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이상 벼락치기 인생은 끝내고 꾸준히 하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3일 전부터 이렇게 규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습관 하나를 만드는 데 21일이 걸린다고 하니, 우선은 꾸역꾸역 여기에 나를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본다. 그렇지만, 이것이 또 하나의 강박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또다시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미지에 갇혀버린다면 나는 이전과 똑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오전의 나에게는 휴식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죄책감을 최대한 덜기로 결심한다. 다시는 이전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지 않다. 나의 성취만큼 내 마음의 안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계속 일분일초를 일한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 꼭. 서점에서. 카피와 컨셉의 방향이 잡히길. 오늘은 카피를 구하는 사람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