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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아 Aug 27. 2022

‘황금알’과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 무엇이 자산인가

지금까지 거위에 집착하느라 황금알은 외면하지 않았나

성공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습관을 가져야 한다. 스티븐 코비는 ‘7가지 습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무료 90쪽 이상의 분량을 할애할 정도다.


그중 내 뼈를 때린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생산-생산능력의 균형’이라는 원칙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를 끌어들인다. 우화에서 황금알이 바로 생산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생산능력이다. 생산은 소위 아웃풋,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되고, 생산능력은 그 생산을 해내는 역량과 능력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작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황금알과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 무엇이 자산인가?”


결론은 거위가 자산이다. 우화에서도 그걸 보여주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려, 더 이상 거위는 황금알을 낳는 능력을 상실해버린 것이고, 더 이상 황금알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황금알보다도 그것을 낳는 거위의 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화 속 주인공은 어리석게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도 이런 우를 아주 쉽게 범한다. 보통은 황금알을 더 중시해서 생기는 문제다. 자산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물질적 자산: 예) 잔디깎는 기계

재정적 자산: 예) 원금

인적 자산: 예) 자기 방을 스스로 치우는 딸의 역량


여기에도 다 생산-생산능력의 짝을 맞출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잔디깎는 기계의 생산, 즉 황금알은 잘 깎여진 정돈된 잔디다. 이 잔디에만 집착하면 기계가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계속해서 기계를 쓰는 데만 초점을 둘 것이다. 그래서 기계의 보수나 점검 등은 외면한 채 막 쓰다가 결국 보수 비용이 더 들거나 금방 다른 새 기계를 사게 됨으로써 자산을 잃게 된다.


원금과 이자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많은 황금알을 얻기 위해 원금을 까먹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얼마 전에 켈리 최 회장님의 유튜브 영상 중 부자들의 습관에 관한 게 있었는데 부자들은 원금은 반드시 지키는 투자를 한다고 한다. 더 큰 황금알을 얻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는 것 또한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다.

방을 치우는 딸의 역량도 그렇다. 여기서는 ‘방청소’ 예를 들었는데, 생산은 바로 딸이 스스로 잘 치운 방이다. 깨끗한 방, 여기에만 집착하게 되면 아이에게 계속해서 윽박지르고 방을 치우라고 잔소리만 하게 됨으로써 정작 그 아이가 청소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은 무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방을 얻기 위해 부모가 대신 치우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자기 방을 스스로 치우는 딸의 역량은 점차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은 결과인 황금알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저지르는데, 사실상 이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반대의 경우에 더 집착했던 장본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황금알보다 거위에 집착을 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즉 돈이 되지 않아도 열심히 사는 나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아웃풋이 없어도 괜찮다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는 것에 집착하고 여기에 투자만 하는 것이다. 물론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오기도 했기에 완전한 배움 중독자는 아니지만, 내가 제일 찔리는 부분은 사업에 있어서다.


프리랜서가 되고 ‘을의 을’과 같은 입장이 되면서 자격지심만 잔뜩 얻어서인지 언젠가부턴가 내가 좀더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몫을 포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게 옳지 않다는 생각에 내 몫을 정확히 요구하는 버릇을 들이기도 했다. 과거에 내가 왜 그랬는가를 돌아보면 그 이유가 다 자신감이 없어서다.


프리랜서가 되면 처음 고민은 딱 하나다. 

‘어떻게 벌어먹고 살지?’ 

이 고민은 바로 생산능력에 집착하게 만든다. 황금알을 만드는 게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만 거위에 더 집착하는 것이다. 마치 거위에 모든 것을 투자하면 황금알이 더 많이 나올 것처럼.


이 우화에서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거위는 황금알을 하루에 하나씩만 낳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위에 집착하는 건 사실상 황금알을 더 많이 얻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치 그 거위의 털을 더 잘 빗겨주고 씻겨주면 1개의 알만 낳던 거위가 2개, 10개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랬다. 역량은 그렇게 느는 것이 아니다. 내가 최대치로 낼 수 있는 역량은 한계가 있지만 협업과 일의 성격, 주변 환경 등을 변화시키면서 그것들을 플러스해나가는 것이다. 황금알을 한 개만 낳는다는 것은 불변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 나는 죽었다 깨도 한 달에 세 권의 책을 출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팀을 이루고 회사를 만든다면 그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도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해지자 거위에 집착했다. 그리고 거위에 대한 집착은 역으로 황금알에 대한 외면을 낳았다. 자꾸만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더 잘하면에 초점을 두었다. 정작 황금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는 외면하면서. 그렇게 놓친 기회들이 정말 많다. 가장 어리석은 것 중 하나는 총판 계약인데, 이건 나중에 자세히 말할 기회가 분명 있겠지만, 누군가가 들으면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은 우를 정말 많이 범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난 재고 공포증 같은 게 있다. ‘언제든 바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삶을 살고 싶었던 내게 재고란 지옥이었다. 이게 정말 웃긴 얘기지만 심각한 수준이라서 이것 때문에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지 않았을 정도다. 물론, 그건 나의 특징이니 그 특징 때문에 출판사를 운영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면 해피 엔딩으로 끝났을지도 모르지만, 난 결국 출판사를 차렸다. 그러고서 물류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만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교보문고를 가서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너무나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더 큰 것, 이 사업이 가져다주는 황금알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바로 독자들에게 책이 전달되는 모습이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부족한 인간이냐면, 교보문고가 우리 주 거래처란 생각조차도 얼마 전부터 하게 되었단 것이다. 머리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보문고를 가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의 황금알을 만들어주는 거위, 교보문고에서 나는 물류창고는 우리 회사의 심장이지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존재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생산/생산능력의 균형을 이뤄야만 우리는 진정한 ‘효과성’을 얻을 수 있다. 달리 말해, 효과성은 균형에 달린 것이다.


“생산에 지나친 집착을 하는 것은 건강을 헤치고 기계를 망가뜨리고 자금을 고갈시키며 상호관계를 파괴한다. 생산능력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하루에 3~4시간씩 조깅을 하는 사람이 운동으로 소비한 시간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를 통해 십 년은 더 살 것이라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또한 직장은 갖지 않고 끊임없이 학교만 다니는 사람도 결코 황금알을 생산할 수 없다.”_<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87쪽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수익형 재능’을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롱런의 비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균형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바로 좋은 원칙과 패러다임을 내 삶에 심어 습관화는 것이다. 황금알을 매일 1개만 낳는 사람이 상호의존성을 높여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더 많은 황금알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스티븐 코비는 ‘성숙’의 단계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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