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차, 포르투
[포르투 여행 1편]
9월 6일 저녁
17시 30분 Vigo 발 Porto 행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속도를 냈다.
티켓에 쓰인 도착 시간은 18시 40분. 일견 1시간 10분 거리인듯싶다. 하지만 아무리 포르투가 비고에서 가까워도 한 시간 만에 갈 거리는 아니다. 이는 산티아고 - 비고 - 포르투가 비슷한 경도상에 있지만 한 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표준 시간이 포르투갈보다 한 시간 빠르니 비고에서 포르투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셈.
어디서 들은 바로 이 한 시간 빠른 스페인의 표준시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사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은 비슷한 경도상에 있어 같은 영국 시간대를 써도 되는데, 스페인은 이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협력을 하느라 독일시에 맞춘 것이 오늘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스페인이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위도가 높지 않은데도 여름에 해가 늦게 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가 길어진 만큼 저녁식사를 더 늦게 하게 되었고, 이것이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 있어 한때 보건 당국이 시간대 변경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늦게 먹고 늦게까지 활동하는 지금의 생활 방식을 스페인 사람들은 무척이나 사랑한다.
포르투에는 공항, 까사 다 뮤지까, 깜빠냥 Campanhá 터미널의 세 군데 정류장이 있고, 나는 깜빠냥 까지 간다. 비고 - 포르투 버스 티켓은 Autna, alsa, flix bus에서 온라인 예매하면 된다.
깜빠냥 터미널에 내리면 지상으로 올라올 일은 거의 없고, 지하 통로를 통해 메트로 역으로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0층에서 내리게 되므로 구불구불 지렁이처럼 보이는 m자를 표시한 방향으로 따라가자.
메트로 표 판매기에서 표를 살 때, 언어 변경 버튼이 잘 안 보이는데, 화면 안에 터치식으로 있는 게 아니라, 화면 바깥에 기계식 버튼으로 붙어있다. 이거만 잘 찾으면 표를 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갈 곳은 터미널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스텔이다. 이 정도면 걸으나 교통편을 이용하거나 걸리는 시간은 내내 비슷하다. 이미 순례길로 단련되어 1.6km는 15분 컷이다.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무거운 짐이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게 좋겠다.
작은 교회의 외벽에도 소박하나마 파아란 타일의 아쥴레주 장식이 보인다. 푸른 도시 포르투에 온 게 약간씩 실감이 난다. 청화백자와 비슷한 색감이 절로 친근감을 가져다준다.
산티아고와 멀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여기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산티아고 공항발보다 저렴해서 등 여러 이유로 포르투를 찾으시지만, 아줄레주가 예뻐서라는 분이 의외로 많다.
걸어가면서 근처 저녁 먹을 데를 살짝 보아 두고 호스텔에 들어섰다. 이젠 숙소를 알베르게로 부르지 않는다.
Churrasqueira는 슈하스쿠 Churrasco 요리를 하는 브라질식 식당을 포르투갈식으로 써놓은 것. 각종 고기를 꼬치에 구워 파는 게 주메뉴이다.
오늘의 숙소 O2 호스텔이다. 건물이 100년 이상은 족히 되었기 때문에, 시설이 좀 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알베르게에 적응이 되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뜨신 물 잘 나오고 와이파이 잘 되며 철제 침대에 1인 1 콘센트 가능하면 좋은 숙소이다. 사실 숙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짐을 풀고 시내 구경을 나서본다.
영업이 끝난 가게들도 저렇게 불을 켜 놓았는데, 내부가 멋지다. 자신이 있는 가게들만 일부러 켜 놓았나 싶다.
제일 먼저 포르투 대성당 쪽으로 향했다. 난 아무래도 아직도 까미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이정표와 노랑 파랑 화살표를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하는 나의 모습은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성당 앞마당 아름답고 커다란 기둥은 페로우리뇨이며, 노예와 죄수를 묶어놓고 매질하거나, 목매달아 처형하는데 쓰였다고.
끊임없이 접근하는 약장사들과 잡상인에게 “노”라고 말하며 운치 있는 포르토의 밤거리를 걸었다. 약장사들 정말 많다.
포르투의 관광은 강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있다. 남쪽엔 루이스 다리를 건너, 바로 보이는 모루 공원과 수도원 전망대, 그리고 포트와인 와이너리들이 주요 장소이다. 북쪽엔 걸어서 다닐만한 유명 스팟들이 서로 멀지 않게 위치해 있다.
계단으로 유명한 렐루 서점,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 종탑이 유명한 클레리구스 성당이 있다. Cámara Municipal do Porto 가 시청 건물이며, 그 앞의 푸른색 Porto 사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곳이다. 산투 일드퐁스 성당과 마제스틱 카페, 볼량시장이 붙어 있고, 포르투 대성당과 상벤투 기차역이 멀지 않다. 렐루 서점과 마제스틱 카페를 잇는 선과, 시청과 대성당을 잇는 선을 그어 십자가의 중심이 되는 곳에 임페리얼 맥도날드가 있다. 나따로 유명한 파브리카 다 나따는 두 군데가 있으니 눈에 보이는 대로 들어가 맛보면 된다.
구글맵에 포르투 관광지 목록 링크 올려놨습니다.
https://maps.app.goo.gl/M7icDJSBmeneKh6w7?g_st=i
인스타를 확인하니 사리아에서 만났던 비비가 포르투에 있다 한다.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들어갈까 하다 와인 한 병과 음식을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혹시 호스텔에 이야기를 나눌만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