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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Aug 21. 2021

여름을 위한 영화 31편 07

20일 - 26일: 호러, 스릴러 위크

영화에 굉장히 몰입하는 편이라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같은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보고 나면 매우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영화가 당길 때가 있다.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거나, 걱정 같은 것을 잊어버리고 싶을 때 말이다. 그럴 땐 무언가 몰입할 것이 필요한데,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는 몰두하기 딱 좋은 장르들이다.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보며 오싹함을 느끼는 순간 체온이 내려간다 어쩐다 하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런 과학적인 근거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더운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장르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 영화들은 그럴 정도로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작품들이다.


가스등 Gaslight, 1944


감독 조지 큐커 George Cukor

각본 존 반 드루텐 John Van Druten, 발터 라이쉬 Walter Reisch, 존 L. 볼더스턴 John L. Balderston

출연 샤를 브와이에 Charles Boyer, 잉그리드 버그먼 Ingrid Bergman, 조셉 코튼 Joseph Cotten

런던 쏜튼 광장 9번지의 저택.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한 소녀가 현관을 나온다. 동네 사람들은 집 주위에 서서 소녀가 마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구경한다. 유명 오페라 가수였던 이모와 함께 살던 폴라는, 집에서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사람에 의해 이모가 살해당한 후, 그 사건을 잊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모의 친구였던 구아르디 선생에게 성악 수업을 받으며 성인이 된 폴라는 반주자 그레고리와 사랑에 빠져 급하게 결혼을 하고, 그의 제안에 따라 다시 런던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남편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폴라는 여전히 이곳이 두렵다. 그런 그녀에게 그레고리는 이모의 짐을 전부 다락방에 넣어두자고 한다. 폴라는 이모가 아끼던 피아노에 놓여있던 악보 사이에서 낯선 남자로부터 온 편지를 발견하고, 편지의 존재를 알게 된 그레고리는 갑자기 화를 낸다. 그레고리의 반응에 그녀는 당황하지만, 그는 변명으로 위기를 넘긴다. 어느 날 오후, 두 사람은 런던 타워에 가기로 하고, 출발 전, 그레고리가 폴라에게 브로치를 선물한다. 요즘 물건을 잘 잃어버리니 잘 챙기라는 말과 함께. 폴라는 그레고리의 말에 당황하지만, 브로치를 받아 손가방에 잘 넣어둔다. 그런데 런던 타워를 관람하고 나온 후, 자신이 브로치를 잃어버린 것을 알고 매우 당황한다.

'가스라이팅'은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심리학 용어 중 하나이다. 이 용어는 이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패트릭 해밀턴의 1938년 희곡 'Gas Light'에서 유래되었는데, 상대방의 불안정한 심리를 악용하여 상대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가스라이팅'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치밀하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만큼 상대에게 치명적이라는 것도.


죠스 Jaws, 1975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각본 피터 벤칠리 Peter Benchley, 칼 고틀립 Carl Gottlieb

출연 로이 슈나이더 Roy Scheider, 로버트 쇼 Robert Shaw, 리처드 드레이퍼스 Richard Dreyfuss

여름휴가철 장사로 먹고사는 아미티 섬. 성수기가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실종된 사람의 신체 일부가 해변가에서 발견된다. 추정되는 사인은 상어의 공격. 이에 따라,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 브로디는 해변을 폐쇄하고자 한다. 그러나 해변 폐쇄는 곧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 시장은 브로디가 해변을 폐쇄하려고 하자, 상어의 습격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 든다. 그러나 대낮의 바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어에 의한 습격이 또다시 발생하자 일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마을에선 포상금을 걸고 상어잡이 광고까지 낸다. 덕분에 해변은 상어를 잡겠다는 외지 사람으로 넘쳐나고, 브로디의 요청으로 마을에 도착한 해양연구소 연구원은 시체를 검시한 후, 그 사고가 매우 큰 사이즈의 상어에 의한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 사이 상어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던 사람들이 상어를 한 마리 잡아서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걸 보고 안심하는 듯 하지만, 해양연구원이 보기에는 시체의 상처와 잡혀온 상어의 사이즈가 다르다. 결국 이들은 상어의 배를 갈라 보기로 하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는 아직 바다에 있음을 알게 된다. 

스릴러라면 이 영화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 또한 마찬가지.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 알지 못하는 존재를 망망대해에서 맞닥뜨리는 두려움이란. 지금 보면 상어가 살짝 조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가 주는 공포는 변함이 없다. 


싸이코 Psycho, 1960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각본 조셉 스테파노 Joseph Stefano

출연 앤서니 퍼킨스 Anthony Perkins, 베라 마일스 Vera Miles, 존 개빈 John Gavin, 재닛 리 Janet Leigh, 마틴 발삼 Martin Balsam

12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3분,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한 호텔 방. 매리언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샘과의 밀회를 즐기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갚고 이혼한 아내에게 생활비까지 보내야 하는 샘은 매리언을 좋아하지만 그녀와 결혼할 형편은 되지 않는다. 매리온 또한 관계의 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속상하다. 호텔에서 사무실로 돌아온 매리온은 한 손님이 주택을 구입하며 현금으로 낸 4만 달러를 은행에 맡기기로 하고 퇴근한다. 그러나 곧장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집을 꾸려 집을 나선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안고 차를 몰던 그녀는 갑자기 폭우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발견한 베이츠 모텔에 머물게 된다.

명작은 한 장면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된다. 이 영화 또한 그렇다. 주인공 매리언이 살해당하는 장면과 그 음악은 앞으로도 이 영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영화 자체만으로도 명작이지만.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음악과 연출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서스페리아 Suspiria, 1977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Dario Argento

각본 다리오 아르젠토 Dario Argento, 다리아 니콜로디 Daria Nicolodi

출연 제시카 하퍼 Jessica Harper, 스테파니아 카시니 Stefania Casini, 알리다 발리 Alida Valli, 조앤 베넷 Joan Bennett

수지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미국의 집을 떠나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한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학교에 도착한 그녀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한밤 중 한 학생이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학교를 뛰쳐나온 것이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에 짐을 풀기 위해 벨을 누르고, 누군가 응답은 하지만 들여보내 주지는 않는다. 한편, 빗 속에 학교를 뛰쳐나간 팻은 친구의 집에 찾아가 학교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며 하룻밤을 머물기로 하는데, 누군지 알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다음날 학교에 간 수지는 팻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학교의 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본 적은 없어도 제목은 들어본, 그런 전설 같은 영화들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중 하나이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영화로, 2018년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내용이나 이야기로 두려움을 주기보다는 색감과 소리, 강박적인 화면으로 보는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디아볼릭 Les diaboliques, 1955


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 Henri-Georges Clouzot

각본 앙리 조르주 클루조 Henri-Georges Clouzot, 제롬 제로니미Jérôme Géronimi

출연 시몬느 시뇨레 Simone Signoret, 베라 클루조 Véra Clouzot, 폴 뫼리스 Paul Meurisse

들라살 기숙학교. 교장인 미셸은 같은 학교의 선생들 중 아내와 정부를 두고 있다. 아내인 크리스티나는 실질적인 학교의 주인으로, 병약한 몸을 가졌으며,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있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이혼을 하지는 못한다. 미셸은 크리스티나에게 매우 강압적이지만, 그녀는 그에게 제대로 맞서지 못한다. 니콜은 미셸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하며 맞서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미셸의 난폭함의 희생양이다. 그런 미셸의 행동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니콜은 3일 동안 주어진 휴가 동안 미셸을 죽이기로 하고, 그 일에 크리스티나를 끌어들인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진정제를 먹인 미셸을 욕조에서 익사시키고, 그의 시체를 학교 마당의 수영장에 유기한다.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그렇게 시체가 떠올라 미셸의 행방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수영장에 유기한 그의 시신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이자벨 아자니와 샤론 스톤이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 작을 고를까도 생각하였으나, 역시 원작이 가지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처음엔 그저 그런 치정극이겠거니 하면서 마음 놓고 보다가 결국에는 '헐...' 하게 되는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감독 에드가 라이트 Edgar Wright

각본 사이먼 페그 Simon Pegg, 에드가 라이트 Edgar Wright

출연 사이먼 페그 Simon Pegg, 케이트 애쉬필드 Kate Ashfield, 닉 프로스트 Nick Frost, 딜런 모런 Dylan Moran

전자제품 가게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는 숀은 3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에게 차인다. 너와 함께하다 보면 영문도 모른 채 술집에 박혀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버릴 것 같다면서. 그러는 사이, 신문에는 슈퍼독감이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기사와, 훼손된 시체들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 버스정류장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고, 차 안 운전석에는 정신을 잃은 사람이 앉아 있고, 어딘가에서는 앰뷸런스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리즈와의 이별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친구 에드와 밤새 술을 들이부었던 숀은, 아침에 일어나 슈퍼에 가는데, 이미 길가는 여기저기 난장판이고, 길에 나와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의 걸음은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 슈퍼의 냉장고에 묻어 있는 빨간 손자국 하며, 집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숀은 무관심하게 자기 길만 간다. 그러다 집 뒷마당에 들어온 한 여자를 발견한 후, 심상찮은 일이 발생했음을 알게 되고,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숀은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고 계부인 필립이 좀비에 물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에드와 함께 엄마와 여자 친구 리즈를 구해낸 후 윈체스터 펍으로 가서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있기로 계획하고 집을 나선다. 

좀비 영화가 늘 무서울 필요는 없다. 이 황당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좀비 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 피 튀기는 것을 보는 것이 내겐 매우 곤혹이었지만,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만들어내는 재기 발랄한 웃음이 그 곤혹을 이겨내게 만들었다. 배우 사이먼 페그와 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함께 각본에 참여한 이 작품은, 당연히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인지 그 특유의 정서와 유머를 가득 담고 있다. 롬콤의 제왕인 워킹타이틀사가 제작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


오멘 Omen, 1976


감독 리처드 도너 Richard Donner

각본 데이비드 셀처 David Seltzer

출연 그레고리 펙 Gregory Peck, 리 리믹 Lee Remick, 빌리 화이틀로 Billie Whitelaw, 패트릭 트로우튼  Patrick Troughton, 마틴 벤슨 Martin Benson

로마, 6월 6일 오전 6시. 아내가 해산하자마자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남자가 급하게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병원에서 신부님을 만난 남자는, 아이가 죽었다는 것을 아내가 알면 실망할 거라며 걱정한다. 그때 신부님은 남자에게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연고 없는 아이를 대신 입양하라고 한다. 아내 몰래. 그렇게 쏜(Thorn) 부부는 '데미안'이라는 아이를 맡아 양육하게 된다. 몇 년 후, 이 행복한 가정은 가장 리처드의 영국대사 발령으로, 로마를 떠나 런던으로 간다. 그리고 데미안의 5번째 생일, 데미안의 유모가 생일파티 참석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목을 메어 자살을 하고, 그로부터 쏜 가정의 평화는 깨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오컬트 영화라면 '엑소시스트'를 먼저 언급하거나 떠올리지만, 나에게 최고의 오컬트 영화는 바로 '오멘'이다. 어렸을 때 보고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영화의 매력은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이 생겨 계속 내용을 곱씹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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