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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Aug 21. 2022

나만의 작고 소중한
에든버러 이야기 Ep.02

에든버러 땅을 밟다

나의 여행에는 늘 목적이 있었다. 벨기에에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 뮤지컬'메리 포핀스'를 보는 것, 오랜만에 여행의 여유를 느끼는 것.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도시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런던이 보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었고, 파리가 보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었다. 벨기에에 가까이 붙어 있는 나라들이니 겸사겸사 가보자 했던 것이다. 시드니는 뮤지컬 '메리 포핀스'를 하는 곳을 찾다가 간 것이었고, 프라하는 항공권 가격이 싸서 선택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오로지 에든버러. 오직 그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었다. 

에든버러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나는 이 도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뭐랄까, 내 것이 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런던이나 파리나 로마 같은 곳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어주어서 나에게 내어줄 자리가 손톱만큼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데, 왠지 에든버러는 조금만 길들이면 내가 차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묘한 이기심과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이 도시에 대한 나의 집착(?)은 더욱 넓고 깊어졌다.


오전 10시 비행기에 올라 무려 12시간을 날아갔다. 그런데도 끝이 아니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기까지 4시간, 그리고 2시간을 더 날아 드디어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 출구로 나오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할지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반복하다 출구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음이 급하면 정말 시야가 한없이 좁아지나 보다. 쓸데없이 에너지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버스를 발견한 것에 대한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티켓부스에서 AirLink100의 리턴 티켓(왕복은 Return Ticket, 편도는 Single Ticket)을 하나 구매한 후 버스에 올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며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풍경들을 하나 둘 눈에 담기 시작했다.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당당히 서 있는 저 멀리의 에든버러 성을 보니 '내가 있는 곳이 에든버러가 맞구나'하는 기쁨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넋을 잃고 창 밖을 보다 보니 버스가 어느새 종점인 웨이벌리 브릿지(Waverley Bridge)에 멈추어 섰고, 나는 마침내 그렇게 에든버러 땅 위에 올라섰다. 

뒤쪽으로는 올드타운의 건물들이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으로는 프린시스 스트리트 가든(Princes Street Garden)이, 다른 쪽으로는 웨이벌리 역(Waverley Station)이 보였다. 웨이벌리 브릿지는 에든버러의 중앙역에 해당하는 웨이벌리 역(Waverley Station)의 지붕 일부를 차지하고 있어서 웨이벌리 브릿지 아래로 내려가면 역에 도달할 수 있다. '웨이벌리(Waverley)'라는 이름은 에든버러 출신의 역사소설가인 '월터 스콧(Walter Scott, 1771-1832)'의 첫 소설인 '웨이벌리(Waverley)'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책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당시 그는 최초의 역사 소설가로 인정받았으며, 그의 작품은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이라면 이미 주위가 어둑어둑해져서 아무것도 가늠하기 어려울 시각이었지만, 에든버러는 오후 8시가 넘었는데, 대낮처럼 환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어둡고 낯선 길을 걸으면 어쩌나 내심 초조했는데, 쉬엄쉬엄 걸으면 주변 감상이 가능해서 심심하지 않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초여름임에도 느껴지는 싸늘한 바람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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