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세상을 연결하기.

일상에 명상 백 열 스푼

by 마인드풀

며칠 전 진료 중에 입원 환자의 '보호자'가 입원료 관련 상담을 원한다고 메시지가 왔다.


고령의 환자분이셨는데 입원할 당시에 비해서 현재 상태도 많이 호전되셨다.


휠체어로 오셨다가 지금은 걸어 다니신다.


그런데 갑자기..


'입원료?' 라니?


대개 금액과 관련된 것은 원무과에서 상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비급여 치료를 진행할 때에는 비용을 내는 사람인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고 동의를 구한다.


따로 특별한 치료를 진행한 것도 없었는데 나에게 갑자기 상담을 걸어왔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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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조지종을 듣기 위하여 들어오시라고 하고 상담을 진행했다.


보호자분을 보니 일단 얼굴이 굳어있다.


이럴 경우 대개 보호자분들은 기분이 상했다는 뜻이고.. 나는 일단 듣는다.


사연인즉슨



환자분이 수술을 하고 여러 병원을 알아봤을 때 우리 병원에서 원무과에서 안내받은 한 달에 개략적인 금액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금액보다 많이 나와 불만감이 큰 상황이었다.


물론 오차가 있을 수도 있음을 알지만


이렇게 높은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원무과와 상담을 진행했고


원무과에서는 이미 처음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고지 했는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냐며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였다.


보호자는 처음부터 이런 금액 차이가 났다면 아버지를 다른 병원을 모셨을 거라면서 이야기했다.


다 듣고 나서..


내가 맨 처음 상담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사과를 했다.


아무래도 병원 입원료 산정이 분기별로 달라질 수가 있는데


그 점을 원무과에서 놓친 것 같다며 직원을 대신해서 사과했다.


일단 사과를 받으니 환자는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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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뒤에 비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보호자 분이 화가 난 금액은 36일까지 입원했던 기준으로 OO만원이었다.


30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6일의 비용이 더 추가되어 있는 것이었다.


내가 6일 정도 비용을 감안을 해서 다시 그 비용을 비례해서 빼고


30일 정도로 계산을 해보자 기존에 안내받은 비용에서 10% 정도가 초과한 상황이었다.



물론 원무과에서도 이 정도 금액이 초과된 부분에 대해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겠지만


환자는 기분이 나쁜 상황이었을 테다.


그래서 초과된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사과를 했다.



사과를 받게 되자 보호자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직업이 토목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데 이런 것은 꼼꼼하게 처리합니다. 10원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거든요."


처음에 원무과 직원과 상담했던 메모지도 꼼꼼하게 모두 챙겨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 알겠다.



보호자의 배경을 이해하니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이 사람의 평소의 삶은 금액을 딱딱 맞추며 살아가는 삶이었을 것이다.


자기가 예정한 금액과 실제 금액이 달라지게 되면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안내받은 것보다 일단 금액이 크다고 느껴지게 되자 불편감과 함께 공격적인 반응이 올라온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병원 진료비 세부내역 표는 그냥 검은색 글자에 지나지 않다

그래서 내가 '내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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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의 보호자에게는 대차대조표를 보는 것처럼 모든 숫자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안내받은 금액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은 몇 천 원이나 몇 만 원 수준에서 끝나야지


10% 이상 차이가 나면 안 되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사과를 하자


보호자도 나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원장님은 금액적인 것도 모르고 처음에 원장님이랑 상담도 안 했었는데 불만은 없어요

아버님이 많이 좋아지셨고 아버님이 원장님이 잘해주신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아까보다 한결 말이 부드럽다.


나도 아버님이 더 나아지실 수 있도록 최선 다 하겠다고 하자


보호자도 아버지 재활 치료 잘 부탁드린다고 말한다.


아버님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 하게 마무리 했다.




솔직히 이 일이 나에게 왔을 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내가 잘 모르는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사과를 해야 해결이 될 때가 있다.


좀 젊었을 때(?)는


사과를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데 많은 환자들을 대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는지 고민을 하다 보니


때론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가 모든 상황을 해결할 때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을 대하며 마음이 좀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닳았다고 해야 할까?


사과를 하니 일들이 빨리 정리가 된다.


(물론 사과를 막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대충 하는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원무과가 엄청 크게 잘못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각자가 생각하는 오차의 범위가 달랐던 것뿐이다.


그 생각하는 범주가 차이가 나서 언성이 오갔고 수습이 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로 원무과에는 금액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으니 약간의 오차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동될 수 있는지 정확한 금액으로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원무과에서 오차는 10~15%의 오차를 말했을 것이다.


보호자의 오차는 천 원 내지 몇 만 원을 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서로가 생각하는 세상은 다 다르다.


누구는 느긋하게 가도 되고 누구는 먼저 가서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는 꼼꼼하게 처리하고 누구는 빈 곳이 보이기도 한다.


보수가 나은지 진보가 나은지, 자유가 중요한지 평등이 중요한지


늘 세계의 충돌이 있다.


물론 이 세계의 충돌에서 싸워서 이기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그런데 나는 이 방법이 잘 맞지가 않아서 다른 방법을 쓴다.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xNzA1MTdfMjAx%2FMDAxNDk1MDAwOTE1MjQx.CWwGVGYDmfrpiMa963NRjdihAAYPet4nd0-pWTmwQv4g.HsSBZFoIUnDTsAwsozw-mrqeLVCFTC8P2IrZ95KEhfEg.PNG.artlightums%2F1569.PNG&type=sc960_832 일단 세계관이 충돌할 때 다른 방법은 그냥 다 깨부시면 됩니다... 이 정도 총이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둥글게 둥글게' 방법이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일단 각자의 세계가 충돌할 때


마음을 여는 방법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뿐이다.


서로 답답한 마음에 같이 말하려고만 하면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감을 하거나 사과'를 하면 일단 사람의 마음이 진정된다.


진정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신호는


말하는 언성이 줄어든다. 그리고 사용하는 어휘가 부드러워진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 이때 2단계 방법을 쓴다.


서로 공통의 관심사, 목표를 되새기는 것이다.


보호자분은 금액도 중요하지만 자기 아버지가 잘 낫는 것을 원할 것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아버님이 잘 낫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말했다.


이렇게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자 마지막까지 마무리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늘 우리는 타인과 세계관의 충돌을 경험한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세계관을 접하고 대하는가?


아직 정립이 안된 분이라면 내가 소개한 방법도 한 번 참고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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