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백 스물여섯 스푼
"원장님 XXX환자분 관련해서 경찰이 왔습니다. 상담 가능하실까요?"
원무과 직원분이 들어와서 이야기한다.
지은 죄가 없더라도 경찰이 왔다고 하면 긴장이 된다.
'무슨 일이지...'
XXX 환자분 차트를 빨리 확인한다.
60대 여성 환자분으로 억울하게 다치신 분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자전거를 타려는 순간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밀치면서 넘어졌다고 한다. 연세도 있으시니 균형을 못 잡고 자전거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환자분 표현으로 별이 보이고 정신이 멍하며 아찔 했다고 한다.
자신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도 없었을 때
자신을 넘어뜨린 사람이 말도 없이 가니 가게 주인이 나와서 왜 사람을 밀치고 가냐고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냐 이야기하자
대뜸 가게주인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을 했다고 한다.
지나가던 행인이 말리고 경찰이 와서야 상황이 진정되었다고 한다.
환자분을 처음 보았을 땐 손이 떨리고 몸을 어쩔 줄 몰라하셨다. 가만히 있는데 그냥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우측 다리 쪽으로는 온 멍이 들어있었다. 우측 무릎 안쪽, 허벅지, 발목에 피 멍이 있었다.
다행히 골절은 없었다.
그래도 며칠간 꾸준하게 치료 받으시며 멍도 많이 호전되고 통증도 좋아지고 계셨었다.
그런데 왜? 경찰이 찾아왔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일단 안내해 달라고 한다.
두툼한 회색 플리스를 입고 명찰을 목에 건 인상좋은 경찰관이 들어온다.
얼핏 보면 경찰이라기보다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계신 분 같다.
아무래도 경찰이시고 시간이 바쁘시다 보니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
"XXX분 가해자 관련해서 구속 영장 청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에 대해서 의학적 소견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 가해자는 환자를 넘어뜨리고 난 후 사과도 없고 오히려 난동을 피우고 경찰들에게도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협조가 안되니 경찰은 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영장 청구를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간 진료본 것에 입각해서 소견서를 작성해 드렸다.
소견서를 작성하는 사이 경찰관 분이 CCTV를 보여주신다.
길을 가는데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 환자 분을 그냥 밀쳐 버린다. 자전거와 함께 우당탕 쓰러진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경찰관에게 묻는다
"아니 왜 민 거예요? 원한이 있나요?"
"길을 막고 있으니 홧김에 짜증이 나서 밀어버렸대요."
최근에 '홧김에' 사건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 발부가 이뤄지고 나서 서부지법으로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 56명에게 영장이 발부되었다.
20-30대 젊은이가 주축이었다고 하는데, 아마 영장이 발부된 것에 분노하여
홧김에 법원으로 들어가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폭행하였을 것이다.
사법부는 대법관 회의에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12214290071863
어떻게 재판이 나고 판결이 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법관들은 '법치주의'를 흔드는 일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재판을 내렸었다
서부지법에 월담을 한 사람들은 중형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내가 길을 가는데 이 사람이 있으니까 홧김에 밀었다."
"영장이 발부되니 홧김에 다 부쉈다."
'홧김에'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나의 감정적 상태와 결부시킨다.
용인될 수 없는 나의 행동을 타인에게 이해될 수 있는 형태로 포장한다.
정상적인 나였으면 안 그랬을 텐데... 홧김에 내 안의 다른 내가 한 거예요. 라고 선처를 구하려 한다.
그런데 '홧김에' 드러나온 내가 한 멍청한 행동으로 이성적인 내가 영향을 받는다.
정신을 차려보아도 늦었다.
그 행위들은 이미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자신의 기본적 자유를 박탈당하고, 생업이 중단되고 몇 년간 사회와 단절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해 보자.
그 기회비용이 얼마나 크겠는가.
도미노를 쌓을 때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것을 모조리 부서뜨리는 것은 발차기 한 번이면 족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이 여러분들 생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오래 많은 시간을 들여 소중하게 만들었는가
하지만 그 인생을 순식간에 망하게 할 수 있는 건 이성적인 내가 아닌
'홧김에'나온 내가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단 3분 만에 아니 몇 초 만에도 나의 인생은 망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신의 인생에서 '홧김에'라는 말은 지워버려야 한다.
홧김에 무엇을 했다는 것은 가장 멍청한 행위를 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나도 내가 한 행위가 이해가 되지 않으니 그에 핑계를 대기 위해 '홧김에'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홧김에 어떤 행위를 하지 않으려면 무의식 속 내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평소 내가 무의식적 행동을 잘 알아차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제 글에서 소개해놓았다.
https://brunch.co.kr/@kjh2011123/251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삶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칼 융
무의식은 돌아봐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어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늘 내 마음에 깨어 있어 알아차림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요약
홧김에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홧김에 하다가 자기 인생 제대로 꼬는 것이다.
당신이 자주 쓰는 말 중에 홧김에 가 많다면 당신의 마음을 돌이켜 봐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홧김에'라는 말을 지워버려야 한다.
무의식을 의식화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늘 써보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EFT(감정자유기법)를 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