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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남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

잘 안 되어도 책임은 못 집니다.^^

by 마인드풀

아내와 나는 결혼한 지 5개월이 된 따끈따끈한 신혼이다. 결혼 전부터 같이 살아서 함께 산 지는 10개월 정도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혼자 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혼자 한다는 것이 더 어색해지고 있다. 잠을 잘 때도 함께 잠들고 눈을 뜰 때 함께 눈을 뜬다. 1년 전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동일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다. 여자친구와 아내는 그런 차이가 있다.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보니, 서로의 세상이 겹쳐지게 된다. 나의 친구, 친척들에게 아내를 소개하고, 아내의 친구, 친척들을 만날 일이 많이 생긴다. 내 친구들 몇 명은 이미 결혼을 했지만, 아내의 친구들 중에서는 결혼을 일찍 한 편이라, 아내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남편을 데려오는 것을 신기하게 봤다. 그리고 난 뒤 같은 레퍼토리로 똑같이 질문을 한다.


"어떻게 해서 OO랑 결혼을 결심하시게 되신 거예요?"



다들 궁금한가 보다. 이때는 바로 대답을 해야 한다. 1초의 고민도 없이.




"너무 예뻐서 결혼했죠! 딱 보면 모르세요?"


모두가 웃는다. 아내를 포함해서


누시누험 효과가 있었으니 혹시나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해보시길 (단, 머뭇거리면 효과 없음)






최근에는 결혼을 한다고 하면 많은 조건을 내세워 놓고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성사되기 쉽지가 않다고 한다. 6 각형 남자, 6 각형 여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이런 조건을 계속 생각했다면 결혼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내와 나는 어떻게 결혼을 결심했나?


여기서 한 번 짚어야 할 것 결혼은 연애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예쁘고, 대화가 통하며 잘 맞고 이런 부분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없다면 아예 연애가 시작되지가 않으니까.


결혼을 결심하려면 연애의 감정 이상으로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했다. 언급했듯 여자친구와, 아내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존재다.


결국 다음과 정리되었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어떻게 하면 알아볼 수 있을까?


평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긴다. 상황이 좋을 때는 별 문제가 없다. 상황이 안 좋을 때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남자라면 가질 수 있는 근원적인 공포가 생겨난다.


'망했을 때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것은 모든 남자 아니 수컷이라면 가지고 있는 공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능력을 잃고 빚더미에 앉는 것을 의미하고, 내가 돈을 벌 능력이 없어서 가족이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포 같은 상황이다. 이 상황은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다. 사업을 시작을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번듯하게 잘 다니던 직장에서 경기가 안 좋아져 해고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100%란 없다. 그렇기에 적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이 불안감으로 인해 남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내 아내, 내 새끼들은 어떻게든 먹어 살리겠다는 일념이다. 나도 내가 밥을 굶어도 내 아내와 내 새끼들이(아직 없음..) 굶는 것은 못 보겠다.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내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일까?


망했을 때 곁에 있다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보다는 늘 좋을 테니까.


어느 날 문득 당시 여자친구 (현재 아내)에게 나의 근원적인 공포와 불안감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근원적인 불안감이라고 한다면 투자가 잘 되지 않는 것, 훗날 개원 했을 때 잘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 리스크였으며 공포였다. 현실적으로 내가 처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황을 이야기했다. 혹시나 가지게 될 수 있는 액수의 빚에 대해서도.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아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 있는 것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자, 일단 어떻게든 몇 년간 바짝 일해서 빚을 갚으면 개원 자리 조그마하게 알아보자. 내가 카운터 보고 둘이서 자그마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시골이면 조그마하게 텃밭도 키우고 오히려 그게 더 재밌을 거 같아, 오빠랑 함께 하는 게 중요하지"


무겁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여자친구는 오히려 웃으며 신이 난 눈치였다. 그녀에게 내가 망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하나의 이벤트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 이후로 나는 그녀를 여자친구가 아니라 아내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내와 결혼하게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아내가 예뻐서다. (암기)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두 번째 이유로 위의 내용을 아내의 지인들에게 들려준다. 대개 여자 쪽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데 남자 쪽은 결혼에 미적지근 한 사람들이 특히 더 주의 깊게 듣는 것처럼 보였다. 요약해서 말해 준다. 남자의 근원적인 공포와 불안감을 감싸주면 남자는 결혼을 결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궁금했다. 아내는 어떻게 그 대답을 바로 할 수 있었을까?


결혼하고 시간이 흐른 뒤 아내와 이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내도 기억하고 있었다. 때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었다


"그냥 별생각 없었는데? 오빠가 매일 성실하게 살고 있으니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할지라도 잘 헤쳐 나갈 것 같았지... "


내가 개인적으로 특출 나게 빼어난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데에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온 덕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그 점이 아내에게 어필이 잘 되었고.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여자 쪽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세가 기울었을 때도 감정을 추스르고 어금니 꽉 깨물고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측면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평소에서 알 수 있는 평소의 행실은 성실함 일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남자의 성실함, 책임감 일 테고, 여자는 상황이 힘들지라도 그런 남자를 신뢰해 주고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지점을 어필해 보면 여자친구를 아내로, 남자친구를 남편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둘이 만나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마무리 되면 좋겠지만....


이제 시작이다.


명상을 하고, 법륜 스님 말을 매일 같이 보고 들어도, 심리학 책을 읽어도, 결혼 관련 책을 많이 읽었어도


아내와 나는 싸운다. ^_^


왜 싸우는 지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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