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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야 한다는 힘

일상에 명상 백 예순 일곱 스푼

by 마인드풀

처음 추나를 배울 때 있었던 일이다. 추나를 알려주시는 선생님이 여러 번 나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원장님, 손목이랑 팔에 힘을 좀 빼요. 힘이 너무 들어갔어. 이러면 원장님도 아프고, 받는 사람도 아파요."

나는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클수록 이상하게 더 많은 힘이 들어갔다. 잘하기 위해 힘을 주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과정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그 과정을 잊지 않기 위해 더 꼼꼼하게 신경 쓴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선생님이 힘을 빼라고 지적한다.

'힘을 빼야 해'라는 생각을 하지만, 몸은 이미 경직되어 있고 일부만 힘이 빠진다.

자꾸 엇박자가 난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무언가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힘이 들어가는 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처음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하나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나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고 나면, 세부적으로 신경 썼던 과정들을 '잊어버려야' 한다. 이 표현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이미 많은 부분을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균형 잡기가 두렵고 떨리지만, 익숙해지면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탈 수 있다.

차를 처음 배울 때는 경직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운전할 수 있다.

수영을 배울 때도 발차기를 익히는 데 일주일, 팔 돌리는 데 일주일, 호흡하는 데 일주일이 걸리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요지는,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울 때 의식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때는 뇌의 많은 부분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충분히 익숙해지면 무의식적인 영역으로 넘어가고, 이 단계에서는 의식적인 뇌가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연습과 경험이 쌓이면, 결국 동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의식과 의식이 충돌하는 순간이 온다. 머릿속으로는 해야 할 일을 다 알고 있지만, 그 생각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제로 행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때는 자신을 믿고, 생각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을 비우는 방법 중 하나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생각을 비워야 해'라는 생각도 결국 또 다른 생각이므로, 오히려 행위를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할 때 코끝에 주의를 두고 호흡을 한 번 알아차리면, 생각이 멈추고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순간의 감각을 느낄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생각을 되새기는 것보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꾸 생각을 되새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단, 이는 충분한 연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두 번 연습한 후에 "이제 호흡에 집중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효과가 없다.)


나는 이 방법을 마음이 복잡할 때, 그리고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클 때 자주 활용한다.


가장 최근에 이 방법을 활용한 순간은 결혼식 입장할 때였다.

입장을 할 때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오른팔과 오른발을 동시에 내디뎠다. 다행히도 곧 이상함을 알아차렸고, 내 호흡으로 돌아왔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걸었다. 호흡이 거칠고 심장은 두근거렸지만, 그 순간 숨을 고르자 자연스럽게 원래 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입장할 때 바로 뒤에 있던 친구들과 친형은 나의 이상한 걸음을 알아차렸지만, 다행히 빨리 돌아와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힘을 빼는 것이 어렵다면, 호흡에 집중하며 여러분의 무의식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P.S

제목 : 어리둥절한 지네


지네는 행복했어요

개구리가 재미로

"다리가 움직이는 순서를 말해줄래?"라고 말하기 전에는.

머리가 너무나 복잡해져서 지네는 도랑에 괴롭게 누웠어요. 달리는 법을 알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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