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와 김광석의 <타는 목마름으로>
한때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예술가도 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글을 좋아했고 인간 김지하를 존경했다.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면서도
<오적>과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작품을 발표했으니
어찌 좋아하고 존경하지 않겠는가.
그가 1991년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칼럼을 발표했을 때는 실망했다.
그때부터는 시든 산문이든 그의 글을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김지하 시인이 젊은 시절 썼던 시와 산문을
여전히 좋아한다.
그때 그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1991년 이후 시인의 말과 글이 달라졌어도 상관없다.
그런 것은 듣지 않고 읽지 않으면 된다.
여러 소설가, 시인, 교수, 지식인, 정치인을 비슷한 방식으로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다만 떠나보냈을 뿐이다.
그들의 인생은 그들이, 내 인생은 내가,
인생은 각자가 책임지는 것이다.
내가 뭐라고 타인의 삶을 재단하겠는가.
좋으면 가까이, 싫으면 멀리, 그렇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독자도 나를 그렇게 대해 주면 좋겠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91~92쪽, 유시민)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여름 방학 숙제처럼 미루어 두었던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습니다. '자유의지'라는 소주제 글인데 '전향'에 관한 유작가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문장들 가운데 특히 마음이 닿는 부분이 있어 동료 작가,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동의할 수도, 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제 몫이 아니란 걸 잘 압니다. 선택은 각자가 책임지는 것이니까요. 글을 읽을 때 유튜브에서 김광석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함께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는데 왠지 울컥합니다. 공감하는 분이라면 저절로 "역시, 유시민이야, 멋지다, 유시민!!!" 하시리라 믿습니다. 공감하지 않더라도 유시민 작가의 다음과 같은 결론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지 나 자신의 삶 하나를 스스로 결정하려고 애쓸 따름이다.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