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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더운가요?

<기후위기인간>

by 조이홍

에어컨을 싫어합니다. 정확히는 에어컨 냉기가 싫습니다. 더위 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에어컨 냉기는 5분만 쐬도 온몸이 으스스합니다. 사무실 같은 공용 공간에서는 겉옷을 걸치고 있어야 합니다. 차 안에서는 가장 낮은 1단계로 틀어 놓고 그나마도 중간중간 꺼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고 말거든요. 여름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지만, 에어컨은 참 싫습니다.


6월에 태어난 저는 여름을 무척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도 여름이 제철인 수박입니다. 국민학교 때까지 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냇가에 멱감으러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투망질을 하셨지요. 요즘은 투망질도 유튜브 콘텐츠 중 하나인데, 그때도 그런 게 있었다면 아버지는 엄청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투망질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셨으니까요. 어린 저도 몇 번 배워보려고 했지만 얼마나 무겁고 어렵던지요. 물을 좋아하는 저는 온종일 멱감으며 놉니다.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요. 아버지가 그만 가자고 나오라고 할 때까지 물속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제 기억 속 여름 풍경입니다. 참 고즈넉하지요.


그 시절 여름도 더웠지만 이렇게 덥지는 않았습니다. 에어컨이 어디 있었나요? 털털 거리며 돌아가는 한일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는 걸요. 조금 덥다 싶으면 찬물에 등목 한 번 하고 나오면 이가 덜덜 떨릴 만큼 시원해집니다.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가혹할 만큼 혹독했지만, 아직 여름은 모두에게 평등했던 시절입니다.


변두리 한가함이 좋아 새로 지은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입주 후 한 4~5년은 에어컨 없이 잘 지냈습니다. 한여름에 문을 열고 자면 추워서 이불을 꼭 덮고 자야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에어컨 2대, 대형 선풍기 2대, 중형 선풍기와 소형 선풍기가 각 1대씩 있습니다. 자기 전까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자는 동안에도 선풍기는 쉬지 않고 어지럽게 돌아갑니다. 홑이불조차 덮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더운가요, 저만 더운가요?


연일 계속되는 폭우로 안타까운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자연재해는 '천재'라지만 '인재'라고 느끼는 게 저만은 아니지 싶습니다.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소위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잘하고 있겠지요? '장마'라는 말은 이제 고어나 사어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건기와 우기로 양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다 하루 반짝 맑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반가움도 잠깐입니다. 더위가, 더위가 정말 살인적입니다. 운전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은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틉니다. 이상합니다. 에어컨 냉기마저 뜨겁게 느껴집니다. 창문을 열어보면 뜨거운 공기가 그나마 존재하던 차가운 기운을 순식간에 잡아먹습니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유럽에선 무더위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비는 예측할 수 없이 내리고 태풍은 점점 강해집니다. IPCC 보고서는 인류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의 문제에만 열을 올립니다. 저는 참 걱정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일이 존재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그렇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열정을 아주 조금만 떼어 내일에, 기후에, 지구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요. 제 글은 인기가 별로 없지만, 그나마 기후위기 관련 글을 쓰면 읽는 분들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써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내일이, 인류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덥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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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능력이 미치지 못하니 자꾸만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도움을 받고 싶다면 <기후위기인간>을 추천합니다. 귀여운 캐릭터가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나가는데 저도 꽤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 하나 바뀐다고 되겠어?"라고 마음먹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부터 바뀌어야지!" 마음먹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는 걱정할 때가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할 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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