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린 날,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오늘은 우리 부부의 스물두 번째 결혼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아내이자 작가님은 전시회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느라 바쁘고, 첫째 아이는 눈 뜨자마자 독서실에 공부하러 갔습니다. 공휴일이면 늦잠 자던 둘째 아이도 중간고사 끝났다고 친구들과 떡볶이 먹으러 갔습니다. 물론 PC방으로 우르르 몰려가 함께 게임도 할 테지요. 공휴일, 주말에 더 바쁜 저는 원래 출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모처럼 쉬게 되었으니 기부니가 좋아야 할 텐데, 조용한 집에 혼자 있으니 왠지 축~~~ 처지고 맙니다. 그래도 또 허기가 져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으려니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라면, 기교 하나 부리지 않고 원래 맛에 충실한 그 인스턴트 음식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웁니다. 넘어갈까 싶었는데 이게 또 꿀맛입니다.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새삼 깨닫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누구든 혼자다."
대문 이미지는 AI가 만들어주었습니다. 결혼기념일 선물입니다. 캐릭터가 저를 쏙 빼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