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행복했던 날
처음으로 '강연을 하고 왔다. 살면서 다양한 발표도 하고, 브랜딩 챌린지에서 종종 스피치를 하긴 했지만 공식적인 강의. 대학~대학원 시절 영어과외를 제외하면 내가 가진 어떤 걸 전달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강의의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원사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왜 이 내용으로 강의를 하게 됐나 하면- 나는 세 개의 지원 사업금을 탄 이력이 있다. 첫 번째 받은 것은 대학원 3차 때쯤 급작스레 지원한 첫 공공사업에서 받은 1,500만 원. 그 당시 주변에서 직전 연도 팀원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우수 사례로 뽑혔던 상황이었다. 주변에서도 넣어보라는 추천이 있었고, 나 역시 멋 모르고 그래! 해서 덜컥된 지원 사업. (물론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썼다)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가 코로나 토네이도로 인해 진창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무사히 끝났고, 값진 경험과 인생의 친구를 얻은 프로젝트였다.
그 이후에는 특별하다는 생각 없이 그렇게 바삐 살다, 올해 들어 두 개의 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두 개 다 또 (감사하게도) 붙었다. 그중 400만 원짜리 지원금은 팀 단위가 아닌 단독 사업이라 괜스레 기분이 좋아서
인스타그램, 브런치에 글을 남겨뒀었다.
그런데?
어라?
...
갑자기 커피챗 프로그램의 호스트였던 노매드 킴제이 님에게
강의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고 어찌 저지 '어어?' 하다가 며칠 후 바로 강연이 잡혔다. 오 어쩌지? 할 틈도 없이 급하게 강의 자료를 만들었다.
급하게 자료를 만들면서 이 강의를 준비한다고 하길 잘한 걸까? 하는 생각을 수십 번 하고, 강의 진행자인 킴제이 님의 누가 되면 어쩌지 하면서 두근반세근반 ㅠㅠ 했었다.
... 그리고 화요일 오후, 강남의 어느 오피스로 향했다.
이야기 전개가
'오 너무 좋네~ 강연해보세요~'에서 바로 '강의!'
이렇게 되는 게 뭐지? 싶을 수 있지만, 정말 이런 속도였다.
내 강의 주제 ㅎㅎ 나는 콘텐츠 창작자로서 책자도 만들고, 다큐도 찍었고, 굿즈를 제작했다.
타깃은 '프리워커, 디지털노매드, 1인창업자'였다. 이들 중에
1) 지원 사업을 한 번도 신청해 보지 않은 사람
2) 한 번쯤 해봤는데, 선정되지 않은 사람을 주 타깃으로 잡았다.
첫 강의는 따로 모집하지 않고, 킴제이 님 선에서 강의를 듣겠다고 해주신 (너무 고마운 분들❤️)
분들 6분이었다. 나까지 하면 7명! 와주신 분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강의 전 한 시간 정도,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잠시 후 강의라 생각하니 100% 편히 즐기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좋았다.)
오신 모든 분들 각각 내가 배워야 마땅한 멋진 아웃풋을 만들어 가는 중이셨다.
1) (이 일 저 일로 당일 전북에서 올라오신) 식품 브랜드 대표님
2) 팔로워 수도 많으시고, 충성팬도 많으신 인스타툰 작가님(이미 팔로우 중이었던.. 세상에!)
3) 공간과 워케이션을 소개하는 마케터님. 내가 좋아하는 스타트업의 전 마케터이기도 하셨다.
4) 그리고 내가 너무 즐겨 쓰는 뷰티 브랜드의 마케터셨던 프리랜서 마케터님
5) 피그마 강의를 하시는 UX&프로덕트 디자이너님
6) 올타이 멋쟁이 글로벌 마케터, 노매드 킴제이 님
... 아니, 내가 누굴 가르쳐? 거기다 식품 브랜드 대표님은 이미 지원사업을 빵빵하게 받고 계시는 분이었다. 더욱더 마음이 쪼그라들고 있는데,
다들 반짝이는 눈빛으로 괜찮다!라고 해주셨다.
"그래, 여기까지 온 거 뭐.. 이런 분들 만나게 된 것만으로 오늘 다 이룬 것. 그저 귀중한 시간 내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보자!"
한 시간 가까이 최선을 다해 쏟아냈다. 지원사업의 범위와 관련한 사이트들, 어떤 지원까지 가능한지, 내가 쓴 사업계획서가 어땠는지, 무엇을 가장 신경 쓰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는지 어떻게 심사위원에게 어필해야 하는지.. 등
60장에 육박하는 슬라이드들을 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설명했다.
말하는 내내 입이 바짝 마르고, 어찌나 손에서 땀이 나던지 책상 아래서 손을 계속 닦았다. 등줄기엔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
강의 중 사람들의 눈을 맞췄는데, 눈빛이 초롱초롱- 너무 반짝였다. 나와 시선이 맞닿을 때마다 응원의 눈빛과 미소를 뗘주신 천사 같은 분들.
강의가 끝난 후, 모두 정말 큰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마음이 콩닥콩닥, 온몸에 도파민이 솟는 느낌- 이렇게나 멋진 분들의 격려라니 전날까지 불안했던 마음과 그간의 혼잡했던 생각이 위로를 받는 듯했다.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내가 해냄!!ㅠㅠ)
강의 및 워크숍이 있던 강남역 건물 가까이 있던 밥집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도 한참을~남아서로의 일과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프리워커도 이런 동료가 필요한 것이었다. 모두 느슨한 연대가 필요하다. 모든 일이 원체 오롯이 나 홀로 하긴 어렵다.함께 할 때 생겨나는 시너지가 있고, 몰랐던 세계를 새로이 알게 된다.
사실 강연도 강연이지만 이 자리에서 만난 분들의 삶을 듣게 되어 정말 좋았던 시간이다. 즐거웠던 저녁을 마치고 인처너인 나는^^ 광역 버스를 타러 다시 길을 떠났다.
평소 팬심을 가지고 팔로우하던 인스타툰 작가님이 모임에 사 와주신 도넛을 들고, 버스정류장에 서있는데 모든 게 다 꿈같았다.
이렇게 멋진 분들을, 강남역에서, 오늘 이렇게 모여 이야기를 하고, 나는 강연을 했다.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마음이 계속 설레어 두 시간이 넘는 버스 안에서도 한숨도 자지 않았다.
전날 4시간이나 잤을까..?
피곤할 법한데도 들뜬 맘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버스에 내려 걸어오는 길, 너무 예쁜 꽃나무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문득 내가 정말 오랜만에 꽃 사진을 찍었다는 생각이 툭- 머릿속을 건드린다. 대학시절에는 꽃과 하늘을 자주 찍었었는데 언젠가부터 핸드폰 갤러리에 길에서 찍는 하늘, 꽃 사진이 줄었다. 요즘엔 특히더. 그간 알 수 없는 불안, 걱정, 근심 속에 분분하여 하늘이나 꽃을 볼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이날은 설렘과 행복 속에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비로소 꽃을 꽃으로 보며 거리를 지나온 것이다. 행복했다.
꽃 사진을 찍고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걸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너무 좋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이렇게 인정과 격려를받으며 살고 싶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일로 오는 자기 효용성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먼 미래의 나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사람. 내가 원하는 행복을 계속 추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집까지 오는 밤길을 구름 걷듯 걸어왔다.
잔뜩 긴장하고 확신 없던 나를 끌어다가 강의 기회를 주신 킴제이 님. 나의 무엇을 보시고, 이렇게 확신하셨을까? 했는데 ㅜㅜ 강의가 끝난 밤까지 큰 마음을 쏟아주셨다. 하나하나 살뜰히 고칠 점들을 봐주시고, 나를 소개하는 문구는 직접 제안까지 해주셨다. (세상에)
이게 다 무슨 복인가.
성인이 되면 선생님과 코치 혹은 멘토 같은 어른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프리워커 3년을 보내며 종종(자주) 길을 잃은 듯했고, 마음이 황량해진 적은 셀 수가 없다.
자주 황량했고 때때로 붙잡으며 나아갔던 하루하루.
마음 담긴 칭찬과 격려, 좋은 맘으로 고칠 점들을 알려주는 이 마음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마음이 벅찼다.
이만치 나이를(내가) 먹고 나면 누군가에게 좋은 말 한마디를 하고 싶을 때도 생각이 많아진다.
순수한 칭찬에 곡해가 생기는 일을 경험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종종 아낌없는 칭찬을 하고 싶을 때도 소심한 생각에, 부러 묽은 생각을 부어서는 농도를 옅게 만들고는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느끼는 열렬한- 격려는 너무 뜨거웠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진한 마음. 확실히 농도 짙은 마음은 뜨겁다. 마음 깊은 곳을 데이는 듯 자국을 낸다.
사실 이런 메시지를 받기 전에는 정말 몰랐는데, 나는 이런 뜨거운 격려가 필요했다.
알아서 잘- 그냥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가 '격하게'인정해 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편하게 일을 끝내 놓으면 '이쯤이면 괜찮았다!' 하며 넘겼었던 것 같다. 그렇게 괜찮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얻은 이 격려에 저항 없이 눈물이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쿵하고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뜨거운, 농도 짙은, 열렬한 마음이, 격려가 필요했다.'
이 마음 하나로 3년은 또다시 잘 나아갈 수 있는
연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분에게 들은 메시지라 더 깊게 느꼈다. 강의했던 직후보다 이날 밤 메시지와 후기를 보며 느꼈던 감동이 더 컸다.
보고 또 보고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이 분들의 마음을 연료 삼아 기필코 다음엔
더 잘해야지!!
다짐한 밤.
사랑하는 대학 동생(이지만 친구 같은)의 격려와
강의를 들으신 분들의 따뜻한 응원으로 안 먹어도 배부르고 안 자도 쌩쌩했던 날.
새벽 두시니까, 두 번째 강의 이야기를 다음 글로 넘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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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오세요 : )
- 서울쥐 인스타그램: @manypeople__j (로컬, 공간, 여행, 프리워커 사는 이야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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