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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Dec 18. 2023

치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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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련하다. 청초하다. 편안하다. 초록빛 잎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낱말이다. 나무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면 초록 잎새들은 바람결에 춤을 춘다. 흔들거리며 리듬도 탄다. 꽃밭은 아름답고 나무밭은 우리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건강한 자연의 색을 담은 나무는 사람에게 쉼이 되어준다.

  사람이 나무를 대하는 마음은 나무의 선물에 따라 다르다. 달콤한 사과를 주는 나무, 복사꽃의 화려함을 선사하는 나무, 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주는 나무처럼 말이다. 물론 직접 주는 것이 없는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잘 모르기도 한다. 

  우리에게 맛있는 과일을 준다고 잘 자라는 나무에게 영양제 준다. 그런다고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까. 

  우리 정원에 있는 소나무는 어떤 모습이던가. 

집을 구매하기 전, 처음 소나무를 보았을 때 기력이 쇠한 나무 같았다. 솔잎은 짧게 자라고 잎끝이 누렇게 변해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호되게 당한 모습이었다. 

  화학약품을 쓴다고 나무를 구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나무에게 화학 물질을 퍼붓고 싶지 않았다. 나무 스스로 병을 이기면 다행이고, 시들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보았다. 소나무에게 자유로운 생의 의지를 주고 싶었다. 대신 소나무에게 친구들을 소개해 주었다. 바나나 콩, 제비콩‘자태’,메옥수수. 바로 한해살이* 식물들이다. 소나무는 이 식물들에게 의지처가 되어준다. 지지대 역할 덕분에 덩굴 콩들은 소나무 키보다 높이 자랐다. 콩 꼬투리도 여느 때보다 더 많이 달렸다. 

  어느 날, 소나무에게도 반가운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솔잎 하나 푸르지 않은 게 없었다. 한해살이 식물들과 땅속에 미생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더니, 삭막한 모습을 보이던 소나무가 초록잎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무, 흙의 생태가 본래 자연과 닮아지고 나무 주변에 익충이 서식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소나무의 깊은 병이 저절로 낫게 된 것이다. 

  산과 들에 뿌리 내린 많은 소나무가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관공서에 심긴 소나무만 봐도 방제를 위해 화학약품 처리하거나 소나무를 잘게 베어 검은 천막을 덮는다. 인건비와 화학품에 큰 비용이 투입된다. 약품 처리해도 살아나기 힘들어 사람이 주는 화학 물질에 의지한 채 산다. 나무에게는 지나친 간섭이고 폭력이다. 

  나는 식물을 무심한 듯 보살핀다. 인간의 과도한 관심은 나무의 수명을 짧게 한다. 나무를 구제하는 일에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자연 생태를 살리면서 나무를 치료하는 것이 지구와 사람을 연결해 주는 고마운 식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아닐까. 나무가 없으면 지구의 미래도, 사람의 미래도 없다.                


     

*한해살이 : 봄에 싹이 터서 그해 가을에 열매를 맺고 죽는 일. 또는 그런 식물. 모두 풀 종류로 나팔꽃, 토마토, 옥수수 따위가 있다.      

   

2023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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