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뭔가 이상했다. 엘리베이터를 코앞에서 놓치고, 아이 유치원 버스를 떠나보내고, 가게에 도착해서 집에 놔두고 온 자료가 생각나고 이런 자잘한 것들에 이미 짜증이 살짝 올라온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난이도 최상급의 진상고객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디저트카페들이 쿠키나 구움과자류를 택배로도 판매하는데 나도 그렇다. 그래서 택배를 보낸상태였는데 고객이 화가 나서 난리가 났다
주문할 때 보통 하루만에 도착하나 간혹 2~3 일 걸릴 수 있다고 미리 이야기하는데 시간은 지정안되냐며 묻던 고객.. 본인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택배를 받고싶다고 한다. 그러니 택배사에 연락해서 그 시간에 택배가 도착하도록 해달라는데 그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냐고.. 안된다고 하니 그럼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일단 보내라한다.
찝찝해서 택배가 꼭 하루만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몇번을 말했는데도 자기는 받을 수 있으니 일단 보내라고 한다. 하아 이쯤되면 그냥 너에게는 안판다 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진상들의 특징은 조금이라도 불친절하면 동네방네 소문내고 또 계속 전화해서 괴롭힐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를 하는데 답이 안나온다. 끝까지 보내란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단다.
그래서 몇번이고 택배가 늦게 갈수있고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가지 않을 수 있다며 당부하며 택배를 발송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그 택배아저씨가 원하는 시간에 아직 안왔다고 나에게 온갖 소리를 지른다. 거진 1시간동안을 전화도 못끊고 시달린다. 내가 안된다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내가 이래서 안보내고 싶었다고!! 안보낸다고 난리를 쳐서 보냈건만.. 왜 나한테 뒤집어 씌우냐고. 나도 같이 욕하면서 싸우고 싶은데 참는다. 이런 진상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휴 아침부터 속이 문드러진다.
서비스업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일반 직장에서도 힘든 일은 있었는데 답례품 까페를 시작하고 나서는 "세상에 별별 인간들이 다 있구나. " 를 알게 되었다. 새벽 1시에 전화해서 궁금한 것 물어보는 손님, 출근할 때 같이 들어와서 퇴근할 때 같이 나가는 손님, 왜이렇게 비싸냐고 자기만 반값으로 깍아달라고 하는 손님, 아메리카노도 먹고 싶고 수제청에이드도 먹고 싶은데 둘다 시킬 수 없으니 1개만 시키고 1개는 작은 종이컵에 맛만 보게 해달라는 손님, 자기마음대로 가게 안에 기물들을 가져가는 손님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상대를 하게 되었다.
차라리 커피맛이 조금 이상하다던가 구움과자가 맛이 별로라고 하면 사람입맛은 다른거니까 그렇구나 하고 또 내가 다른방법을 연구해본다던가 하겠는데 이거는 뭐 답이 없는 손님을 가장한 빌런들이다.
평소의 성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날 하루가 너무 괴롭다. 내가 지금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저런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가. 소리도 못지르고 웃으며 친절하게 거부를 해야하는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에너지를 쫙쫙 뽑아먹는 거지 같은 인간들! 울화통이 터져 소리를 치고 싶은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이제 조금씩 나도 진상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생겼다. 그렇지만 난이도 최상은 아직 버겁긴 하다. 오늘이 다 지나가는 이 늦은 밤에 아직도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충격이 컸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