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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짱언니 맘스디얼 Apr 14. 2022

살 때는 800 만원 팔 때는 250 만원이라니!!

커피 카페로서는 망했다.

가게 초창기 오픈했을 때가 생각난다. 카페인에 취약해서 커피를 즐겨하지 않았던 나는 답례품 카페 쪽으로 콘셉트를 잡았었다. 그리고 더치커피를 캔에 넣어 판매했다.


 그러다 가게를 확장하게 되어 평수를 넓게 빼게 되었을 때, 나름 유동인구가 조금 있는지 역이라 욕심을 부렸다. 커피의 "커" 자도 잘 모르는 사람이 덜컥 커피머신과 그라인더와 같은 여러 가지 기계를 사서 커피를 시도해버린 것이다. 원두를 기가 막히게 로스팅한다는 우리 지역의 한 카페에서 원두를 받아 커피를 내리면 잘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경력도 없는 알바 한 명, 경력이 오래된 알바 한 명을 낮과 밤으로 나누어 커피를 시도해보았다.


결론은 완벽한 대 실패. 원래 손이 느렸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은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커피를 뽑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기에 다른 일도 같이 하니 실수도 잦다. 커피 한잔을 주문받고 결제하고 커피를 손님이 받는 시간이 10분이나 걸린다. 그 와중에 배달의 민족까지 같이 해서 주문까지 중복되면 알바는 거의 발을 동동거리며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다.


 바닐라라테에 바닐라 시럽 없이 나갈 때도 있고, 디저트 종류를 잘못 주기도 하는 것이다. 한 번은 가게에 놀러 왔던 지인이 자세히 보더니 너무 허둥지둥거리는 티도 많이 나고 커피 맛도 우리가 받아오는 카페 맛과는 너무 달라서 이 가격에는 안 먹고 싶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정도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신선한 원두로 로스팅해서 바로 파는 전문 바리스타가 있는 가게와 우리는 다를 수밖에 없지)



그제야 내가 지금 카페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애한테 뭘 시킨 것인가 싶었다. 커피 원두를 공급하는 사람은 커피 뽑는 것이 쉽다며 금방 배운다고 했지만 각 사람에게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거다. 아니 잊어버리기보다는 나도 카페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모른 척 연습하면 잘할 수 있겠지 하며 넘어가버린거다.


더해서 인테리어도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나름 구움과자 디저트도 같이 할 것이고 앉아서 먹고 가는 사람보다 테이크 아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이건 완벽한 내 실수였다. 앉아 있는 공간을 너무 적게 뺀 것, 만약 테이크 아웃 전문으로 할 거였으면 창쪽으로 바를 만들었어야하는데 안쪽으로 뽑은 것이었다. 그렇게 인테리어까지 애매하다. 이 상황에서 손님들이 들어와도 편안한 분위기가 될 수가 없었다. 그냥 자리는 한자리 정도만 두고 다 빵이나 구움과자를 진열해서 파는 것이 더 좋을 정도의 인테리어가 되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콜드브루로 답례품 커피만 계속할 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의 커자도 모르는 애가 순간 자기 어릴때의 꿈에 취해, 욕심이 앞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까 이제 기계를 팔고 그 자리를 잘되는 답례품 포장하는 곳으로 쓰고자 중고가 견적을 내보았다.


작년 8월 다 새것으로 산 제빙기, 머신, 그라인더, 오토탬핑기 자동온수기 - 모두 다 좋은 제품이고 다 해서 800만원 정도 들었다. 그런데 200만원에서 240만원 정도 줄 수 있다며 업자가 딜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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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커피향 그득한, 놀면서 돈 버는 것 같아서 부러웠던 카페 사장의 꿈을 이루고자 도전한 것 치고는 참 쓰라리다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 괜히 시작해서 마음의 상처..  통장의 상처만 나버렸다.


그래도 답례품과 구움과자, 수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저 똥 값 기계들 팔까? 그냥 전시해둘까? 그냥 속상해서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ㅎㅎ (전원 꺼진채로 보는 내 마음은 볼 때마다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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