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실적인 미래의 정치에 관하여
정치혐오가 이렇게까지 심했던 적이 있을까 싶다.
가까운 지인들은 TV에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고 싶다고들 한다.
그나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양극단에서 서로를 욕하기에 바쁘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각종 해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프레임의 최대 먹잇감이자 가장 중심에 있는 '가짜뉴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언론사 폭스에 철퇴를 가했다. 폭스 뉴스는 바이든 당선을 위해 투표결과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판사는 의도적이라 보고 합의금을 내도록 했다.
가짜뉴스가 나쁜 줄은 알지만 스낵처럼 소비될 뿐 정화하려는 노력은 잘하지 않는다. 언론사의 정정보도는 가뭄에 콩 나듯 보이지 않고 이미 보도된 내용을 접한 사람들의 인상에서 지우기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일론머스크는 챗GPT도 거짓을 말하도록 훈련 됐다며 진실한 AI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트위터 DM을 전부 볼 수 있다는 폭로도 덧붙이면서.
대체 그들은 무엇과 싸우는 걸까?
허상을 두고 "내가 옳네 네가 옳네" 하는 걸 지켜보는 사람만 답답하다.
어쩌면 진실이 무엇인지는 안중에 없을 수도 있다.
나는 2019년에 BBC에서 방영한 영국 드라마 <years and years>가 떠올랐다.
드라마는 브렉시트 이후 가족들이 겪을 가까운 미래를 그렸다.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정치인 비비언 룩이 TV연설을 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IQ가 70 이상인 사람만 투표하게 만들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포퓰리즘과 딥페이크 기술로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고 사람들은 괴물이 나타났다고 외면하면서도 멋지다고 치켜세운다.
물론 드라마에는 정치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트랜스 휴먼'을 꿈꾸는 조카도 있고 동성애자인 삼촌도 등장한다.
그들은 빠른 기술발전과 극한으로 치닫는 정치상황 속에서 중요한 걸 잊고 지내는 것처럼 보였는데, 마지막 회 할머니가 가족들을 식탁에 앉혀놓고 했던 발언도 그 때문이다.
"왜 그런 줄 아니?
1파운드 티셔츠 때문이야.
1파운드짜리 티셔츠는 거부할 수가 없지.
우리는 모두 1파운드 티셔츠를 보면 이렇게 생각해. “완전 거저네, 맘에 들어”
그러곤 사지.
좋은 품질은 아니지만 겨울에 받쳐 입을 티셔츠 하나 있으면 좋잖아.
가게 주인은 티셔츠 값으로 달랑 5펜스를 받아. 밭에서 일하는 어떤 농부는 0.01펜스를 벌고.
그래도 우리는 그게 괜찮다고 생각해.
값을 치르고
평생 그 시스템을 믿지"
블랙코미디가 더 이상 우습지 않은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