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내’의 기억들...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요양병원.
언제부턴가 커다란 빌딩들을 도배한 간판들 사이로 요양병원 이름들이 자주 보인다. 이런 도심 한가운데에서 무슨 요양을 한다고 하는지. 실상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분들이 많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내 신상에 필요한 부분이 되었을 때 눈에 들어오나 보다. 나 또한 그랬다. 이렇게나 많은 요양병원들이 도심 속 빌딩 속에 자리 잡고 있을지 상상도 못 해봤으니. 나의 일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뇌출혈이라는 병명으로 쓰러지신 후 요양병원에 터를 잡고 햇수로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고 떠나셨다. 자식들에게 시간을 주고 싶으셨는지 죽음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말없이 요양병원 침상에서의 약 1000일이라는 시간을 선택하셨다.
“1000일”
너무나 감사한 선물 같은 시간 속에 나눠 온 병상에서의 침묵 대화를 모두와 가만히 나눠보고 싶다. 하루하루 엄마를 비롯해 죽음을 마주한 병상의 어른들을 들여다 본 나만의 일기일지도 모른다. 아니 나의 성장을 위한 위대한 "병상에서의 수업"이었다고 깊이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병상에 누워있다. 그리고 병상의 사랑하는 이들 옆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병마를 마주하며 현실을 이겨가고 있다. 어찌보면 모두에게 지옥같은 병상의 시간이리라. 하지만 그 고통스런 시간조차 행복을 위해 겪어야 하는 꼭 필요한 성장의 마디가 되길 바랄뿐이다. 인내 속에 고귀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힘내길 바라며 부족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겨울 눈 덮인 대지 한가운데 붉게 빛나는 아름다운 매화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끝없는 인내로 강렬히 꽃 피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