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by 감사렌즈

“살아가면서 누구에게 가장 많이 화를 냈나요?”
행복시민 모임에서 들은 질문이었다.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에 한동안 머릿속이 멍해졌다.

곰곰이 떠올려보니… 남편이었다.


10년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그 이후의 삶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았다.

그동안 이 이야기를
내 입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
'이건 말하면 안 되는 이야기야.'
마음속에서조차 그렇게 선을 그으며 살았다.

그날, 모임 안에서 문득
‘여기라면 괜찮을지도 몰라’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말해도 괜찮을 것 같은 분위기.
그래서 꺼내지 못했던 마음을 처음으로 풀어놓았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했다.
그때 나는 참 많이 지쳐 있었구나.
외롭고 슬프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나날들이었다.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마주하자
그 안에서 숨어 있던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이런 이야기를
가정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긴 감정은 마음속에서 부패하기 시작했다.
숨길수록 더 힘들고 괴로웠다.

그날 그렇게 말을 꺼내고 나니,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것이 풀어졌다.
그리고 다른 시민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그 시간들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따금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그 시간을
잘 지나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면접보다 더 중요한 건, 나를 인정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