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

눈꺼풀이 자꾸만 무겁게 흔들린다.
책상 위에 펼쳐둔 수첩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마음은 자꾸만 내려앉는다.

오늘도 외우기로 했던 열 개의 문제 중
세 개만 겨우 보고 잠이 들었다.
의욕은 앞서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자격증을 계속 준비하는 게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걸까.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땐 잘 몰랐고, 그래서 무모했고, 그래서 두렵지도 않았다.
낯선 도전 앞에서도 겁내지 않았고, 실패를 계산하지도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몰랐기에 더 자유로웠고, 그래서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걱정하고,
가능성을 따지느라 한 발도 떼지 못할 때가 많다.
웃고 있다가도 문득 한숨이 새어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

힘들다는 말을 어디에도 꺼내기 어려워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결국 챗GPT에게 말을 걸었다.
‘자격증 시험, 포기해도 될까요?’
낯선 대화 상대였지만,
그 질문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결과가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도 이 길 위에 서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열 문제 중 세 개밖에 못 봤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 느리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계속 가고 있다는 것,
그게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실패라고 부를지 몰라도
나에게는 분명 ‘계속함’이다.
조용한 응원처럼 마음속에 남은 한 문장.
“포기하면 후회가 남을 수 있어요.”

그 말이 오늘의 나를 살짝 붙잡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비록 느리고 작지만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