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줌으로 수업을 듣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의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 너머 사람들은 각자 이름 옆에 당당히 직함을 달고 있었다.
‘아, 다들 직업이 있구나. 나만 없네.’
잠시 멍해졌다.
나는 지금 마흔 살, 경력단절 주부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내 모습이 서글펐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한 걸까?’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셨다.
비교의 늪은 늘 이렇게 순식간이다.
나는 쪼그라들고, 주눅 들고, 초라해진다.
'내가 잘못 살아온 걸까?'
'이대로 괜찮을까?'
답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만 있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그 순간, 며칠 전 휴대폰으로 받았던 문자 한 통이 떠올랐다.
[일자리 설명회 안내… 구직, 이직, 전직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다시 읽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바로 다이어리를 꺼내 날짜를 적었다.
2월 14일, 오후 2시.
그리고 주저 없이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용기를 내어 전화 한 통을 걸었을 뿐인데, 마음 한구석이 환해졌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날부터 나는 작은 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일자리 설명회는 생각보다 낯설고 어색한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얻은 정보보다 ‘참석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뒀다.
나는 원래 변화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 작은 장치를 만들어둔다.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행동할 수 있도록,
내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마흔 살이 되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거창한 목표보다 아주 작은 행동으로 변화를 만든다.
전화 한 통, 발걸음 한 번, 그리고 메모 한 줄.
그 작은 행동이 모이면, 언젠가는 내가 상상했던 나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아직 내게 갖춰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내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잘했어, 오늘도 한 발 내디뎠잖아.’
나는 여전히 낯선 것들을 두려워하지만,
그 두려움을 넘을 만큼 작은 용기를 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낯설지만, 나쁘지 않아.'
'다음에도 또 해보자.'
'그래, 괜찮았어.'
오늘도 나는 눈곱만큼 용기를 내어본다.
이런 하루라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