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렵지만 계속하는 이유

by 감사렌즈

“계속해도 두렵고, 그만둬도 두려운 순간이 있나요?”

내게는 ‘수영’이 그렇다.
매번 물속에 들어갈 때면, 가슴이 조여온다.
가라앉는 몸, 올라오는 하얀 물방울,
숨을 쉬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머릿속은 끊임없이 말한다.
“팔을 이렇게 저어야 해, 발은 모아서 강하게 차야 해…”
하지만 내 몸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묻는다.
‘그만둘까? 포기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질문을 입 밖에 꺼내지는 않는다.
그 말을 해버리면 정말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렵다.

희한하다.
수영을 계속해도 두렵고,
그만둬도 두렵다.

그런데도 나는 또 물속에 들어간다.

왜일까?

아마도 작은 믿음 하나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거야.”
그 믿음 하나가 오늘도 나를 물속으로 이끈다.

수영을 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는 자꾸만 두려움을 이기려 한다.
하지만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두려움과 함께 머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나 자신이 너무 느리고, 서툴러 보여서 실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오늘도 물속에서 버티며,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
그 작은 믿음 하나로 오늘을 견디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어떤 두려움 속에 있든,
그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싶다.
숨이 차고 가라앉을 것 같은 순간에도
당신은 잘하고 있다고, 잘 견디고 있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흔 살, 작은 용기를 내어본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