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가 그렇지 뭐

by 유장래

“직장인이신가 봐요.”

올 것이 왔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백수라고 할까? 무난하게 대답하려면 회사원이 딱이지만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 회사라고는 드라마에서 본 게 전부라서 소리 지르며 서류를 던지는 부장님, 하루 종일 인쇄기 앞에 서 있는 인턴 같이 극단적인 장면만 떠오른다. 작가 지망생은 어떨까. 거짓말은 아니긴 한데 그럴 거면 취업준비생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교사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직업을 밝혔을 때 덧씌워지는 이미지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왠지 지혜로움과 인자함을 겸비해야 할 것만 같은데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 이 직업에 적합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아서, 그 결과 사회에 미미하게라도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더더욱 직업 밝히기를 꺼리게 된다. 그런 주제에 교직 생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하하.

가끔 선생님 같은 사람이 교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댓글을 받는다. (최근 글 [선생님, 저도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가 특히 그랬다) 감사하긴 한데 양심통이 온다. 양심이라도 있어서 다행인 거려나.



‘10년 뒤에도 계속 교사를 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젊은 교사의 절반 이상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나라고 다를 바 없다. 감당하기 벅찬 교사의 무게.. 때문은 아니고 더럽고 치사할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고 염불을 왼다. 우리 솔직합시다. 저만 직장에서 이러는 거 아니잖아요.



불평하는 글은 지양하자는 주의다. 부정만 가득한 글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우울해지기만 한다. 그럼에도 예외적으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참교사 코스프레를 멈추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가식에 취해 기만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만 같다.






힘들다, 지친다의 범주를 벗어나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일 자체를 후회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99% 확률로 월급과 관련이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곧 점수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성적이었던 고등학교 동창이 대기업에서 400을 넘게 받을 때 나는 200 중반의 돈을 번다. 우리의 격차는 계속 커질 것이다. 1년에 7만 원가량 오르는 내 호봉은 10년이 지나도 실수령액이 300을 넘지 못할 테니.


내가 하는 일은 친구들이 하는 일의 절반 정도의 가치를 가진 일인가? 5개월을 일해야 인플루언서가 올리는 인스타 피드 한 번 수준의 유의미성을 가지는 걸까? 교대에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월급이 짜다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다른 쪽의 숫자, 내신 등급과 수능 점수를 상대하기 바쁜 시기였다. 성인이 되니 돈이 없어 아쉬운 순간들이 생겨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숫자에 흔들리게 될까 두려워진다.




월급이 피부로 와닿는 외적인 요소라면 몇몇 사람들의 반응은 화가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게 하는 내적 요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학만능설이다. 방학만능설을 주장하는 이들과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애들이 말을 안 들어서 힘들다고? 그래도 넌 방학이 있잖아. 수업 준비에 업무까지 있으니 벅차다고? 그래도 넌 방학이 있잖아.



물론 방학은 멋지다. 3주씩 쉴 수 있는 직장이 어디 또 있겠는가. 하지만 방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겪는 어려움이 시덥잖거나 마땅한 것으로 전락하는 건 억울하다.

길게 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직장인의 열망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내가 뭐라고. 하지만 상대 역시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알 수 없는 법이다. 당신이 뭐라고. 힘든 건 힘든 거다. 방학이 있는 주제에 감히 지치기도 한다. 그냥 말이라도 고생이 많다고 해주면 안 될까.





구시렁대면서도 아무튼 교직에 있다. 누군가가 나를 두고 ‘불만을 잔뜩 늘어놓고는 그래도 나쁘지 않다며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는 타입’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분석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믿고 최대한 밝은 쪽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이들을 통해 느끼는 나름의 보람이 있다. 그들의 순수해 보이는 모습에 자주 속아 감동받는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커서 어떤 어른이 될지 상상할 때가 있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은 아니더라도 멋지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겠지. 괜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음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적다 보니 기분이 금세 몽글몽글해진다. 역시 나는 희망찬 글이 더 적성에 맞는다. 구름 위에 뜬 이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래야 좋은 교사 뽕이 차서든 양심에 찔려서든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교육이 가지는 특유의 희망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본다.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