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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Nov 11. 2021

어제 결심해 겨울 바다를 보러가는 중이다.

눈이나 와라! 

어제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내 눈으로 보지는 않았으나, 이미 21년의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겨울이 온것이다. 여러분은 겨울이 오면 어떤 풍경이 가장 그리운가. 나는 바다가 그립다. 그래서 오늘 바다를 보러간다.



프리랜서의 장점은 이렇게 충동적으로 떠나 5일이나 머무는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목금토일월 있을테다. 혼자 간다. 매일 산책이나 하게 호텔앞에 산책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물 아홉이 이제 한달 반 정도 남았는데 나는 삶이 너무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미 대충 겪어본 감정들을 다시 한번 또 겪을 것이 두렵고 그 안에서 허우적거릴 내가 지겹다. 초연하고 여유있는 예술가이고 싶었으나, 나는 늘 애타하고 간절하며 내 눈 앞에 기회가 떨어지지 않으면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좌절하곤 하는데 이 기분에 도통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기대가 올라오기 전에 마음을 비우러 간다. 쓰고 보니 너무 어렵게 썼다. 그냥 미팅마다 너무 간절해보이는 내가 부담스러울까봐 마음을 좀 비우고 오고 싶다는 말이다. 바다는 마음을 비우기에 참 좋은 풍경이다. 파도는 내 욕심처럼 땅을 다 덮을 듯 밀려오다가도 결국 제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이 풍경을 사랑한다.


욕심많은 이십대였다.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았고, 성공하고 싶었고, 작품으로 인정받는 어른이 되고 싶었고, 다작하는 감독이고 싶었고, 이 중에 몇개의 욕심이나 내 자리가 되었고 몇개의 욕심은 제 자리로 돌아가려 하는가. 


물끄러미 바라보러 간다. 카메라나 챙길 예정이고 노트북은 두고 가고 싶었으나 또 설마 글을 쓰고 싶어질지 모르니까 들고 가려 한다. 아이패드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부럽지만 나는 못하니까. 


눈이나 실컷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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