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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Jan 27. 2022

늙은 35mm 카메라와  어린 영화감독 하나

딱 4박 5일간의 영종도 여행기

작가 소개.


: 서른이 한달 반 남은 스물 아홉의 영화감독. 세 개의 단편 영화를 찍고 졸업해 장편 데뷔를 준비 중이다. 동국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고 상복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K대 _OO닮음_93년생.avi>가 있다. SK 비크리에이터 공모전과 아시아나 단편 영화제에서 상을 받 은 이 작품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20년도 하반기 시청률 상위 5%를 차지했다. 여기까지 소개가 끝나면 참 좋겠는데. 여러 작가들이 그렇듯 기분장애, 즉 우울증을 앓고 있다


최근에 네번째 장편 시나리오를 끝냈다. 상복이 많다는 앞선 소개와 달리, 어떤 장르를 써야 데뷔를 제일 빨리 할 수 있을지 몰라서 SF,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까지 다 써봤는데 아직 입 봉을 못했다. 나이 서른에 장편 상업 영화로 입봉한 감독이 아직 세상에 없다는데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정말 서른이 올지 몰라서 그렇다.


“뭐 좀 이뤄놓고, 서른 전에 죽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뭐는 아직 못 이뤘고 삶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이별을 하겠는가. 그래서 그냥 같이 살기로 했다. 살아보기로 결심한지 1년차. 죽을 결심일때는 무서울게 없던 세상이 세게 뒷통수를 친다. 나는 이제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아파 땅을 구르는데, 다시 죽을 결심은 안 서고 미치겠다. 그래서 떠난 여행. 냅킨이 나는 것을 보다가 시작한 일이 이런 에세이까지 쓰게 될 줄이야.


그래서 처음 챕터의 이름은 이거다.

“우리 애초에 날고 싶어서 난 것은 아니지만은.”


겨우 5일 간의 여정이라 짧다. <걷는 인간 하정우>, <바나나 그 다음>처럼 건강한 여정을 생각했다면 미안하다. 이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감성이다. 잘 살아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잘 사는건지 모르겠어. 건강하고 싶지만, 술은 먹고 싶어.


약사로 일하는 동생이 약과 술을 함께 퍼먹는 내게 이 말을 해줄 때는 감흥이 안왔는데, 이제야 실감을 한다.


“언니, 언니 몸이 핸드폰이라고 생각해. 술먹고 액정이 깨져도 약정은 한참 남았다?” 


그렇다. 이건 약정이 한참 남은 것을 이제 알게 된 한 청춘의 서른 입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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