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숲시민모임-소리탐조 모
0517 소리탐조 (도시숲시민모임)
새벽 4시 20분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꼭두새벽, 부시럭 부시럭 조심스레 나갈 채비를 했다. 요즘 부쩍 잠귀가 더 밝아진 남편이 깨고 말았다.
“에궁,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더 자.”
카카오 택시를 부르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 어두컴컴했다.
택시 기사님의 어린 시절 복숭아밭 추억 이야기를 들으며 산울림청소년수련관에 도착했다.
벌써 몇 분이 모여 계셨다.
“안녕하세요?”
무지하게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엄청나게 친분이 있는 듯 환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조용히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열었다. 여명이 밝아오기 전 새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새들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새벽 5시에 모였던 것인데 적중했다.
예사롭지 않은 새들의 지저귐은 매우 다채롭고, 맑고 깨끗했다. 녹음이 짙은 숲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아한 꾀꼬리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굵직하고 나른한 멧비둘기 노랫소리도 들리고, 수다를 떠는 듯 통통 튀는 직박구리 노랫소리는 내가 벗들과 수다 떨 듯이 요란스러웠다.
그 이른 새벽 그날의 대세는 꾀꼬리가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호호 힛! 호호 힛! 유난히 아름답게 들렸던 소리라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박새는 쯔삣쯔삣하며 우는데 번식력이 강하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텃세가 심하다고 한다.
직박구리는 찌빠~ 찌빠~ 노래를 부르는 데 노랫소리로 자신의 세력권을 나타내며 날아다니고, 식사를 하면서도 노래를 부른다는데 역시 매우 요란스럽게 노래하는 새들이었다. 요즘 새들 노랫소리에 꽂혀 동영상 촬영을 자주 하는 데 우리 동네 공원에서 그렇게 요란하게 지저귀던 새 역시 직박구리였음을 알았다.
1시간가량 소리탐조를 마치고 소감 나누며 인사하고 헤어지려는데 물까치가 포르르 날아와 울타리 목침에 앉았다. 물까치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안녕? 혹시 나 아니? 나야 나, 물까치.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새 본 적 있니?”
하는 듯한 몸짓이 어찌나 기품 있고, 잘나 보이던지. 검은 머리에 푸른빛이 도는 하늘색 날개와 긴 꼬리가 인상적이고 도도해 보여서 매력적인 새였다.
소리탐조를 하며 이제 새소리가 들린다. 이른 아침 눈을 뜰 대도 새들의 노랫소리에 일어나게 되고, 가만히 있으면 들려오는 새들 노랫소리에 내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다. 역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박새의 쯔삣쯔삣, 직박구리의 찌빠찌빠 노랫소리가 낯설지 않고 반가운 건 소리탐조 덕분이다.
소리탐조를 끝내고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다. 내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 줄 심사로 세 장의 잎이 눈에 띄었을까? 아궁,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 들었던 것만으로도 힐링되었던 시간이었는데 네 잎 클로버까지 발견하다니 기쁨과 행복이 배가 되는 아침이었다.
이번 5월은 특별하게 매주 화요일 해님이 뜨기 전 새벽 5시에 만나 소리탐조를 한다. 다음 주 화요일은 또 어떤 새로운 새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벌써 소리탐조 시간이 기다려진다.
고대현 선생님의 새 관련 정보 덕분에 새들의 노랫소리를 알게 되고, 도시숲시민모임 나유진 관장님 덕분에 소리탐조 모니터링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두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함께하는 소리탐조대 여러 회원님들과 만남도 참 좋았어요~!!
5월 새벽 5시 "소리탐조" 마지막 날이었다. 이른 새벽 청아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이제 이렇게 듣는 일은 드물 것이다. 새들도 우리 마음을 아는지 유독 높은음으로 노래를 하고, 더 많은 새들이 합창하는 것처럼 들렸다. 익숙한 새들 노랫소리도 들리지만 새로운 소리도 들려 마냥 신비롭고 새롭고 아름다워 가만히 듣고 있는 그 시간이 행복하고 편안했다.
고대현 선생님의 새에 관한 설명은 참 재미있다. 말로, 새들 노랫소리 흉내로, 몸으로 다양하게 설명해주시는 그 열정에 감사하다. 새들은 예민하다.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가까이 관찰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어떤 새가 노래하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새들은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아름답고 높은 음의 소리를 낸다. 자신의 세력을 나타나기 위해, 애벌레들을 잡아먹기 위해, 노래하며 움직임이 크다고 한다. 애벌레들은 해가 뜨기 시작하면 해님의 따뜻한 온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새들이 그런 움직임을 간파하고 식사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뜨기 전 후 2시간이 새 관찰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그날은 여름철새 중 일주일 전에 돌아와 자신을 알렸던 꾀꼬리 노랫소리가 더 아름답고 청아하게 들렸다. 여름철새 중 마지막으로 뻐꾸기가 온 것도 알 수 있었다. 원미산 숲 속 어딘가에서 간간히 뻐꾸기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여긴 내 구역이야! 넘보는 놈들 가만 안 둬!”
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도 하고
“얘들아, 저기 사람들이 한 무리다. 조심해.”
“여기 참나무에 먹거리가 진수성찬이야. 빨리 와!”
“나야, 나! 이렇게 멋진 새 본 적 있니?”
마지막 날인 그날은 특별히 내가 사랑하는 두 분이 함께했다.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동네방네 소문이 났는지 윤정애 샘, 한미원 샘도 참여했다. 긴가민가했는데 진짜로 참여해서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 시간이 더 행복했다.
소리탐조 모티터링을 마치고 셋이 앉아 두런두런 한 시간 가량 소감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두 분 모두 내가 처음 소리탐조에 참여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윤 샘이 일정이 있어 먼저 가고, 한 샘과 조금 더 앉아 녹음 짙은 원미산 새들 노랫소리를 감상하며 한참을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다 언니는 집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여기서 집까지 어떻게 걸어가요?"
"이 산 넘어가면 되지. 한 시간 정도 걸려."
언니를 믿고 산울림청소년센터에서부터 원미산 자락을 넘었다. 산을 넘어가는 길에 아까시아 꽃잎이 떨어져 하얀 꽃길이 열려있었다. 새롭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걸으며 이름 모를 꽃이 피었으면 검색해서 확인도 하고, 원미산 도서관 쪽으로 내려가는 중턱에 있는 정자에서 ‘杜鵑亭’ 한자를 몰라 한참을 무슨 정일까 생각하며 머릿속을 헤집는 한자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기도 했다.
杜鵑亭’의 두견을 풀이하니 杜(팥배나무 두) 鵑(두견이 견)이었다. 왜 두견새를 의미하는 정각일까 싶었는데 이리저리 검색하며 알아보니 두견은 진달래를 뜻하기도 했다.
언니와 만남은 이래서 재미있다.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며 알아가는 재미는 새로운 한자를 알았다는 것과 그 한자를 찾아내기 위해 또 다른 비슷한 한자들을 알게 되고, ‘杜鵑亭(두견정)’ 정자 이름이 얼마나 잘 지어진 이름인지 새삼스레 감탄하며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원미산을 훌쩍 넘어 집으로 걸어오는 길, 원미동 성당도 가 보고, 심곡천을 따라 집으로 왔다. 소리탐조를 하며 얕은 산이지만 산행도 하고, 6월부터 도시숲시민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언니의 말에 6월 소리탐조, 숲 체험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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