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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고래 Dec 30. 2019

時집 : 철

한 해의 다섯 철 가운데 첫째 철 봄

겨울을 무사히 보낸 동식물이 기지개 켜는 계절


한 해의 다섯 철 가운데 두 번째 철 여름

한 해중 가장 긴 해를 만나 가장 시원하게 보내는 계절


한 해의 다섯 철 가운데 세 번째 철 가을

부단히 피운 한 줌 꽃과 이파리가 다음 철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계절


한 해의 다섯 철 가운데 네 번째 철 겨울

한 해중 가장 긴 밤하늘을 만나 가장 뜨겁게 보내는 계절

 

한 해의 다섯 철 가운데 마지막 철 선거철

한 해중 가장 시끄러운 계절 이자

흔들흔들 바람소리에 춤추고

각자의 색으로 무장한 채 한 풀 꺾여

꽃인지 낙엽인지 잡초인지 모를 것들이

뽑지 말라며 땅에 박힌 아름다운 것들과 다르게

당신의 삶에 보탬이 되겠다며

뽑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가장 시끄럽고 가장 휘황찬란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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