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지나친 감정이입의 폐해
도전, 실패, 새로운 도전, 혼란스러움.
이렇게 "나" 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가는 중이다.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은 없고
오라는 곳은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에서 이 분야를 담당하면 그 다음은
승승장구 크게 승진하는 공식을 가진 그 자리.
나는 내키지 않는다.
생각해보겠다며 몇 주째 망설이는 나를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이다.
니가 아직 배가 불렀구나 싶은 표정이다.
왜 나는 내키지 않을까.
입밖에 내지도 못한 이유.
워라벨 최악이 이유는 절대 아니다.
(나는 워커홀릭이라 어딜 가도
스스로 워라벨 최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다. )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니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과 맞지 않아서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술/담배를 지극히 싫어하는 내가
그것을 홍보해서 매출을 올리는 목표를
가진 일을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아니다, 이건 너무 극단적였다.
단순히 말하면,
내가 자신있게 가족과 친구들에게
권할 수 없는 제품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내가 너무 오바 하는 건가?
일은 그냥 "일"이자나.
내가 아니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누구나 본인이 백프로 믿을 수 있고 좋아하는
비지니스만 담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자나.
과거 내가 처음으로 마케팅을 담당했던 제품은
꾀 훌륭한 글로벌 브랜드 였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는 제품.
부모님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 있었다.
나는 자긍심이 있었다.
밤 낮으로 그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내 시간과 정성이 아깝지 않았다.
단순히 월급, 승진, 성취감, 자기계발 등이
내가 일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 이면에 가치한 내 신념과 가치관을 울리는
mission 미션과 Purpose 목적/의미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금융권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알만한 큰 기업투자자들의 돈을 불리는 일.
나는 그 일이 싫었다.
이런 관점에서 링크드인에 빼곡히 올라온
잡 포스팅을 스캐닝 해본다.
나 같이 "일에 지나치게 감정이입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없는 것 같다.
나는 지난 16년간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간은 크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의미있는 비지니스들을 담당해왔었다.
일과 나의 영혼을 분리해 내야 하는 걸까.
내가 지나치게 감정이입 하는 걸까
내가 정말 배가 불러서 자신감이 지나친 걸까.
나는 내가 믿는 신념과 가치관으로
움직이는 사람이고,
가능한 그것과 일치된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비록 성공, 명예, 출세로 가는 길과
멀다 할지라도.
정말? 적어도 아직은.
그래, 아직 배가 불렀다. 그래서 고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