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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Feb 01. 2022

더럽고 치사하지만 존. 버.

중간관리자의 생존기


커리어 관리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이유 없이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수백만 가지의 이유들로 바닥을 치는 때가 있다.

그때 더럽고 치사하다며 그만두지 않고 버티고

위로 올라가는 기회를 잡는 사람이

(적어도 회사 안에서는) 명예를 얻게 된다.


이 중 제일 갑갑할 때는

누가 봐도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졌을 때이다.

나를 잘 알고 신뢰한다고 믿었던 보스가

내가 아닌 그 사람을 선택했을 때이다.

한마디로 뒤.통.수.

아니면 내가 착각한 거였니?

아무튼 그런 일이 나에게 생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

(보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능력과 성과를 떠나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등용할 수 있다.)


내가 아니라도 일은 누군가 하면 되고,

그 일개미가 떠나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회사는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누군가를 모티베이션 시켜

팀이 돌아가게 만든다

몇 자리 없는 최고관리자 포지션을 바라보며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는 올라가고

아닌 자는 존버 하며 기회를 기다리던지

더럽고 치사하다며 회사를 떠날 뿐.

( 이 시점에서 오늘도 더럽고 치사한 감정을 누르며

다시 탈탈 털린 멘털을 주어 담아

열 근하는 이 시대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존경을 표하자 )




물론 indepenent contributor 로서 만족하고 

리더쉽 포지션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은 회사 내 평행 이동을 해나가고

회사나 사람이 안 맞으면 이직하거나

다른 분야로 진출해가거나 한다

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를 뿐,

역시 의미 있는 커리어 노선 trajectory 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팀을 이끌고 책임지는

리더십 managerial position을 해왔기에,

더 큰 팀, 더 큰 책임을 위한

수직적 이동을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되었다.

그 동안은 더 인원이 많은 조직, 더 큰 비즈니스로

점점 책임이 커졌고,

나름 순조롭고 교과서 같은 이동을 해왔다.

최근 몇 년은 내 다이렉트 리포트가 이닌

글로벌 matrix 조직의 다른 부서의

리더/직원들을 움직이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업무에 대한 purpose 목적과 비전을 보여주며

inspire하는 스피치는 여전히 떨리는 일이지만

나는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



내가 뭐라고... 나는 손하나 까딱 안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해야 한다고

애둘러 멋진 스토리를 말하는 사람이 되버렸다

옛날에는 미안한(?) 양심에 찔려서

당당히 말을 못 했지만,

내 위치에 걸맞는 마음을 갖기로 한 이후

나는 달라졌다


처음 리더가 되고 깨달은 것이 있었다.

리더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말"이라는 것.

직원들은 리더가 말하길 기다린다.

회의, 프로젝트 시작,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까지

리더에게 한말씀 하시라고 한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inspirational speech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왜 우리가 오늘 모였는지,

어떤 기대치 expectation이 있는지,

이 성과가 회사와 고객,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인지?"


"오늘 회식의 의미, 그동안 수고 했다,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해 달려가니

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라고.


지금까지 수많은 Opening remark 와

speech를 해 보았다.

어떤 때에는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

횡설수설 한 적도 있었다.

어린 딸아이에게 하듯 "오구오구" 말투가 나와버려

내 입을 꼬집어 주고 싶을 때도 있었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천여명의 99%가 남성인 영업부 앞에서

왜소하고 어린 여성 한국인 리더가

수려하지 않은 일본어나 영어로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비전/의미가 있는지,

역설하는 것은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동시에 나를 가슴뛰게 하고

더 잘하고 싶다고 동기부여 되는 일이었다

내가 이런 일도 했었구나 하며 돌아보면

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그래, 더(럽고) 치(사) 하지만 존버하자.

언젠가 나에게 더 큰 기회가 오겠지

나는 리더로서 내 스킬과 인사이트를 갈고 닦자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어 있도록

이백프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물론 그 기회가 꼭 우리 회사 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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