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땡이, 부작용, 번아웃, 빵꾸… )
그야말로 의욕을 잃은 한주를 보냈다.
이주간 출장을 다녀오고
출장지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드라마를 찍고 오느라 혼이 쏙 빠졌는데
동시에 온가족이 아프고
일은 계속 부담 연속이고 빡세고..
보통 매우 열심히 일하는 타입의 근면성실 + 초긍정적인 회사형 일꾼인 나는, 번아웃이 된 건가 이주일간 농땡이를 열심히 치고 있다.
그래도 출장 동안 못간 필라테스도 매주 가서 근육은 후들거리게 운동하고
네일샵도 가서 관리해주고
딸래미와 중국어 자율스터디도 시작하고
나름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 투자에는 아끼지 않았다.
재택을 해서 좋은 것은 농땡이가 알차다는 것.거실 소파에 누워서 천장을 보며 멍 때리며 쉴수 있고, 어느 날은 남편과 점심식사 겸 쇼핑을 즐기고 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옆집 친구네 가서 실컷 수다를 떨고 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딸래미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함께 실컷 경보를 하기도 했다.
금요일 하루는 아예 급한일만 처리하고
자체 휴무를 하기도 했고 ㅡ
금토일 실컷 놀다보니 지나치게 마니 놀았다 싶은 찔림이 들기도 할 정도.
그렇다고 해야할 일을 안한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중요한 미팅과 결정 사항들도 많았다.
보스에게 전체 10개국 시장 및 경쟁 상황을
브리핑 해야 했고,
A국에 헤드카운트를 추가해달라는 A국 사장의 요청을 검토하고 decision을 내렸으며,
B국의 제품 론치 투자 비용이 부족한지 검토하여 본사를 설득 및 추가를 했고,
아시아지역 리더들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거버넌스를 발표했고 등등..
정~말 해야할 일만 했다.
오늘 일은 내일로, 아니 다음주로
미루기가 나의 삶의 모토인 것처럼.
이제 밤새 뻘뻘 준비하지 않아도
이런 중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럴 때 내가 많이 성장했구나 싶기도 하고
일하는 시간과 양으로 승부하지 않으니
성공했다 싶기도 하다 ㅡ
부작용이 있었다.
긴장을 놓고 살아 그런가…
딸래미의 학교 생활에
빵꾸를 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제나 시간 내에 제출하는 펑추얼 함으로
담임 샘에게까지 칭찬아닌 칭찬을 들은 나름 우수생 엄마였는데… ? ㅋㅋ
Thanksgiving을 앞두고 제출해야 하는
art project가 있었는데
새까맣게 까먹고 몰랐고..
결국 작품 전시를 못했다 ㅠ ㅠ
어느 날은 딸래미의 최애 free dress day 를
완전 놓쳐버린… 미안스럽다 ㅠ ㅠ
너무 릴렉스 했나??
적당한 긴장은 필요한 것이겠지만
나에게도 하루에 단 몇시간이지만 아무 생각 안하고 놀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좀 필요하자나..
남편에게 이런 실수를 해서 괴롭다 하소연을 하니 ㅡ 사람이 어떻게 매번 완벽하나, 놓칠 때도 있는거지..
그 말이 또 위로가 된다.
완벽을 기하는 완벽주의자는 절대 아니지만
은근 모든 것에 신경 쓰는 소심한 에이형에게
이런 위로의 말은 힘이 된다.
하긴, 깜빡 졸다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웃픈 스토리의 주인공이 나 자나?
요즘에는 지극히 인간다운 나를
너무 자주 만나는 중이라 혼란스럽지만,
그것도 나의 일부니까 익숙해져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