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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job 조은 Jun 26. 2024

결혼식 없이 결혼할 수 있을까?

원하는 결혼을 위해 결혼 제안서를 써봤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내가 결혼 제안서 같은 걸 쓰게 될 줄 몰랐다.


나름 차가운 도시 여성 컨셉에 취해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 사람은 바람이 아닌 햇빛과 같은 느낌으로 나의 그런 껍데기나 포장 같은 걸 무장해제시키는 최종 몹 같은 사람이라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 같다. 나는 결심하면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성격이라 결혼 제안서를 썼다. 원래 둘이 계속 결혼을 바라보며 가고 있었는데 우리만 할 수 있는 형태로 우리가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로 재구성한 우리의 결혼.



예비남편이라는 말 너무 커보인다. 아직 그건 아니니까 남자친구라고 하겠다.

5월에 남자친구가 블로그에 은이와 결혼해야 하는 이유라고 작성한 글이 있다. 대충 결혼근거라고 하겠다. 묻어가는 건 아니고 나도 같은 마음이다.





 


은이와 하늘이 두쪽이 나도 꼭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먼저, 내가 바라는 결혼 생활은?

    1) 서로의 단점을 상호보완해주는, 같이 있으면 소소한 미소가 나는 친구같은 아내와 함께하는

    2) 열심히 일하고, 쉴 땐 서로 충전이 되어 줄 수 있는 결혼 생활

    3) 시작은 부족해도 끝내 같이 "Bravo, our life"를 외칠 수 있는 삶




조은과 결혼해야 하는 이유 3가지를 공무원 포맷으로 적어줬는데 그 중 가장 공감하는 이유이자 마음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거다. (남자친구의 블로그는 비밀 블로그로 조금만 가공해서 올린다.)


-기록하는 : 20대 내내 일기를 썼다. 그 기록들을 보고서 시간을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가치있게 쓰고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서, 결혼하게 되면 나의 시간도 겹쳐서 더 잘 쓸 수 있는 부부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대화하는 : 나도 몰랐던 무심했던 나의 장점을 수시로 찾아내 주고 격려해준다. 그럴때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용기가 나게 된다. 용감한 여전사 스타일이 분명한데, 때론 내 아쉬운 점도 잘 찾아내줘서 개선할 수 있게 유도해준다. 결혼은 부모님 손에서 떠나 서로 키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은이가 좋다.







남자친구가 나를 만나기도 전에, 아주 오래 전 교육원에 있을 때 쓴 메모라고 한다.

그런데 나도 오빠처럼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지 나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인지 오래 써왔다.

그런 기록들을 대조해보면 굳이 맞춰가지 않아도 우리의 결혼 가치관과 미래를 그리는 태도가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jur971010/46



나의 결혼 가치관은 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쿨컨펌받은 결혼 제안서.

제안서를 더듬으며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은, 미래의 우리가 해나갈 결혼식과 결혼을 조금이나마 더듬어보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있겠지만 우리 둘만 마음이 맞으면 일단 거의 다 한거다.








발단 : 인생에 한 번 하는 결혼, 어떻게 할 것인가?



유튜버 뽕글이님이 결혼에 대해 말하면서 "인생에 한 번"이라는 키메시지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하려고 하는 게 많은데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도 그랬다. 아마 곧 마주하게 될 예상질문은 여자인데 인생에 한 번쯤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냐는 걸지도 모른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결혼이라는 선택도 너무나 오랜 고민 끝에 내리는 선택인데 결혼을 선택하고서도 결혼식을 하겠다고 하면 한국의 결혼 문화에서는 이것 저것 선택해야 하고 더한 고난을 해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결혼을 할 것이다라고 결정했다면 내 결혼에 쓸데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이것 저것 선택하다가 진을 빼면서 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혼업체에 맡겨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전개 : 문제의식




그렇게 쓰기 시작하게 된 결혼제안서

아마 말로 해도 별 이견 없겠지만 머릿 속에 생각하는 그림과 문제의식, 원하는 형태의 결혼으로의 돌입을 남자친구의 머릿 속에 똑같이 그려준 뒤에 합의를 하고 싶었다.





요즘 남자친구를 보면 피카소가 이 그림을 그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냐고 물어보면 "제 인생 전부요"라고 말한 그 이유를 알겠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도 28년을 지내왔다고 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결혼이라는 건 우리가 이렇게 함께하게 됐어요를 나의 28년의 시간을 채워준 내 주변 사람과 가족들에게 알리는 일 아닐까. 또 그 사람들에게 축하 받으며 기쁘게 시작하는 일 아닐까.


몇년간 주변에 결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알게된건데 결혼을 하면 2-3달은 죽상이다. 준비할 게 많단다. 근데 난 그럴 시간도 체력도 없다. 그렇게 하면 백퍼센트 한 번은 남자친구든 부모님이든 싸울거다.
평일 저녁과 주말을 청첩장 모임으로 할애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는 이번에는 드레스 다음에는 장소대관, 여러모로 할 게 너무 많다. 또 청첩장 모임을 가진다면 그 기준도 참 어렵다.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안 부르면 서운하고 적게 가져가려면 적고, 많게 가져가려면 많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결혼의 본질에 집중하되 내가 가진 돈과 시간을 즐겁게 쓸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절정 :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들은 잘하는 현재 결혼 방식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거기서 우리한테 안 맞는 것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도출했다.






결말 : 그래도 결혼식



그래도 대접의 느낌은 충분히 주고 싶었다.

첫 번째는 가족, 그냥 가족들이 잘 모일 수 있는 곳에서 평소에 가족들이 잘 안해볼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진행하고 싶었다. 오래 머무르며 함께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결혼식.


임영웅 콘서트를 보낸 자녀의 후기를 봤는데 부모님이 평소라면 안해볼 인생네컷 같은 경험을 임영웅 콘서트에서 한 걸 보고 임영웅을 좋아하게 된 게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결혼식을 통해 새로운 경험들을 또한 가족 전 세대와 친척들 그리고 주변에 사는 이웃들에게 주고 싶었다. 멀리 초대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서 좋은 경험을 선물하고자 했다.






브랜딩병 도져서 경험 설계부터 했다.





"새로운 인생 여행의 시작에 초대합니다"

가족 초대장은 조금 특별하게 만든다. 표로 만들지 여권처럼 만들지 고민이다.

물론 둘 다 지류 인쇄이되 딱 컨셉이 있으니 쉽게 포맷이나 내용이 잡힐 것 같다.


그 다음은 적당한 사이즈의 공간이니 어떻게 꾸밀지나 운영할지를 고민했다.



 





이제 시작이다..

아마 부모님 설득이 더 우선이겠지. 부모님도 쿨컨펌 해줬으면 좋겠다. 이 그림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마음 먹은대로 다 하는 사람들이니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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